삼성전자 신임 대표이사 한종희 부회장은 과거 TV를 개발하는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시절부터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반대론자였습니다. 기자간담회 때마다 “OLED TV는 잔상이 남는 번인 같은 기술적 문제가 많다”며 “OLED TV는 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삼성은 경쟁사인 LG디스플레이에서 OLED 패널을 공급받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납품 수량과 시기에 대한 조율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이 내년에 OLED TV를 출시한다는 겁니다.

OLED TV를 비판해온 한 부회장이 대표이사가 된 이 시점에 왜 삼성은 이런 선택을 하는 걸까요. 전자업계에서는 “자존심 대신 실리를 택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삼성은 15년 넘게 판매량 기준 세계 TV시장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하지만 표면적인 성적과 달리 고민거리가 많습니다. 우선 삼성 TV는 중저가부터 고가까지 LCD TV 일색입니다. 문제는 핵심 공급 업체인 삼성디스플레이가 내년 LCD 패널 생산을 중단한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LCD 패널 시장을 장악한 중국 업체들에 의존해야 합니다. 중국이 패널 가격을 올리면 삼성 TV 사업이 직격탄을 맞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업체들이 생산하지 않는 OLED 패널은 협상 카드가 됩니다. LCD 가격을 멋대로 올리면, 우리는 OLED TV를 늘리겠다고 받아칠 수 있다는 거죠.

삼성의 차세대 TV 계획이 원활하지 않은 것도 ‘적과의 동침’의 원인입니다. 삼성은 지난달 혁신적인 신기술이라며 ‘QD(양자점)-OLED’ 패널 양산을 시작했습니다. 다만 QD-OLED 패널의 수율(생산품 대비 합격품 비율)이 아직 낮고, 생산 원가가 OLED 패널보다 훨씬 높아 당장 대량 양산을 하기 힘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QD-OLED가 제 궤도에 오르기까지 LG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겁니다. LG가 주도하는 OLED TV 진영은 매년 판매량이 두 배씩 성장하며 프리미엄 TV 시장에서 입지를 굳혀가고 있습니다. 삼성의 차세대 TV 계획이 늦어질수록 돌파구 마련은 더 힘들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 TV의 세계 1위 수성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인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