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모바일 게임 1위 화평정영

한국 게임을 모방하던 중국 게임이 세계시장을 휩쓸고 있다. 앱 분석 업체 센서타워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톱10′에 따르면 1~3위가 모두 중국산(産) 게임이다. 한국 게임은 2020년부터 순위에 오르지도 못했다. 지난해 글로벌 모바일 게임 시장 규모는 역대 최대인 896억달러(약 107조원)로 코로나 이전인 2019년(631억달러) 대비 42% 증가했다. 코로나 집콕 시대에 빠르게 팽창하는 게임 시장에서 중국 게임이 독주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 모바일 게임의 세계 매출 순위는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 게임사 엔씨소프트의 리니지M이 2018·2019년 5위와 7위에 오른 이후 순위에서 사라졌다.

◇자국 시장 막히자 기술·자본 무기로 해외시장 집중

중국 게임은 왕자영요(글로벌 버전 포함)·화평정영이 엎치락뒤치락하며 3년 연속 1·2위를 지켰을 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의 게임이 순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넷이즈의 ‘몽환서유’(9위), 2020년 릴리스게임스의 ‘라이즈오브킹덤즈’(8위), 지난해에는 미호요의 원신(3위)과 쿠카게임즈의 ‘삼국지 전략판’(10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었다. 지난해 왕자영요·화평정영·원신 등 중국 게임 3개가 글로벌 시장에서 올린 매출만 74억달러(약 8조8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게임이 최근 세계시장에서 선전한 비결은 베끼기였다. 중국 게임 업계 최고 효자 상품인 화평정영은 국내 게임사 크래프톤이 개발한 배틀그라운드의 중국판이고, 왕자영요는 텐센트가 인수한 미국 게임사 라이엇게임스의 PC게임 리그오브레전드를 모바일로 옮긴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게임 굴기’가 본격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중국이 지난 10여 년간 한국 게임을 모방하면서 축적한 노하우와 기술·자본이 세계시장을 공략할 만큼 성숙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매출 3위에 오른 원신은 전체 매출의 절반이 해외에서 나왔다. 2020년 9월 출시된 이후 6개월 만에 10억달러(약 1조1800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개발사 미호요는 이 게임을 개발하는 데 1억달러(약 1100억원)를 쓰고, 개발자 600여 명을 투입하며 ‘올인’했는데 확실한 보상을 거둔 셈이다.

또 올해 출시 예정으로 서유기의 손오공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중국 게임 ‘블랙미스 오공’은 화려한 그래픽으로 주목받으며 예고편 동영상 조회 수가 한 달 만에 1000만회를 넘겼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중국 게임이 3~4년 전만 해도 ‘짝퉁’이라는 이미지가 강했지만, 최근 출시되는 신작들은 전 세계 게임 커뮤니티에서 회자될 만큼 완성도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韓게임은 여전히 중국에서 손발 묶여

반면 한국 게임은 수년째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진입하지 못하고 있다. 중국 당국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판호(게임 허가증)를 내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 시장에 진출한 중국 게임은 200개 정도지만 중국 시장에 진출한 한국 게임은 1~2개에 불과한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게임 업체 넥슨은 지난해 8월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을 중국에서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무산되는 바람에 국내 출시로 방향을 바꿨다. 2020년 말에 판호를 발급받은 컴투스도 1년이 지나도록 중국에서 서비스하지 못하고 있다. 게임 업계 관계자는 “텐센트 등 중국 게임 업체들은 한국 인기 게임의 중국판을 만들어 폭리를 취하면서 정작 한국 게임사에는 낮은 비율의 로열티만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협상력 실종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다. 위정현 중앙대 경영학과 교수는 “게임 산업의 소관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와 외교부가 국내 기업에 대한 외국의 불합리한 차별 정책에 대해 적극 항의해야 한다”라고 했다. 지난 2016년 국내 기업 IP(지식재산권)가 해외에서 분쟁 소지가 생겼을 때 외교부·문체부 장관이 협의해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법 개정안이 통과됐지만, 지금까지 장관 간 협의가 진행된 사례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