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구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연일 역대 최고 분기 실적을 내놓고 있다. 시장 예상보다 좋은 성적표를 내놓으며 최근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라 하락세를 보였던 주가를 다시 밀어올리는 중이다.
◇작년 한 해 순이익 88.8% 증가한 구글
1일(현지시각)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작년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32.4% 늘어난 753억2500만달러(91조679억원), 순이익이 35.6% 증가한 206억4200만달러(24조96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월스트리트 예상치를 웃도는 호실적이다. 작년 4분기 유튜브 광고 수익이 1년 전보다 25.4% 증가하는 등 광고 수익(612억3900만달러)이 크게 증가했다. 구글 클라우드(가상서버) 사업도 매출액이 1년 전보다 44.6% 증가한 55억4100만달러에 달했다.
작년 4분기 호실적을 발판으로 구글의 작년 한 해 매출액은 2576억3700만달러(311조4800억원)에 달했다. 1년 전보다 41.2% 늘었다. 작년 한 해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무려 88.8% 증가한 760억3300만달러(91조9000억원)였다. 코로나 2년차를 맞으면서 어느 때보다 더 크게 성장했고, 더 실속을 챙겼다.
구글은 이날 20대 1의 주식 분할도 발표했다. 오는 7월 1일 기준으로 알파벳 주식 1개를 가진 사람은 19개의 분할된 알파벳 주식을 추가로 받게 된다. 예컨대 현재 1주당 2752.88달러인 알파벳 클래스A 주식은 분할 후 가격이 1주당 137.64달러가 된다.
주식을 분할하면 투자자들이 적은 금액으로 주식 1주를 살 수 있어 투자가 용이해진다. 결국 많은 투자가 몰리면서 주가 상승 요인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이날 구글 알파벳 주가는 호실적과 주식 분할 소식으로 인해 전날보다 1.73% 올랐다. 시간외거래에서는 8% 이상 치솟았다.
◇굳건한 실적 거둔 빅테크
최근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은 잇따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호실적을 발표하고 있다. 애플은 지난 27일(현지시각)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공개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1.2% 늘어난 1239억4500만달러(149조2000억원), 순이익이 20.4% 증가한 346억3000만달러(41조7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아이패드를 제외한 모든 부문이 성장했고, 아이폰 매출은 716억2800만달러, 맥북 매출은 108억5200만달러에 달했다. 각각 1년 전보다 9%, 25% 증가한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25일 호실적을 공개했다. 작년 4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20% 늘어난 517억2800만달러(61조9000억원), 순이익은 21% 늘어난 187억6500만달러(22조5000억원)였다. 클라우드 사업이 지속 성장세를 보이면서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다.
테슬라도 26일 시장 예상을 뛰어넘는 역대 최고의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작년 4분기 매출액이 1년 전보다 65% 증가한 177억1900만달러(21조2000억원), 영업이익이 354% 증가한 26억1300만달러(3조1000억원)를 기록했다. 미 반도체 업체 AMD도 1일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인 48억3000만달러의 4분기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마진은 50%였다.
◇주가 하락세를 호실적으로 밀어올려
올 들어 빅테크들의 주가는 하락세를 보였다. 금리 인상이 확실시되고,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미 증시 전체가 침체를 보였기 때문이다. 2년간에 걸친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구글·애플·MS·메타·아마존 등 빅테크 들의 주가가 수직 상승해 이제는 조정 시기가 도래했다는 분석도 있었다.
지난 25일 MS가 실적을 발표할 때만 해도 이러한 비관론이 강했다. MS는 호실적을 발표했지만 주가가 하락했다. 하지만 테슬라가 실적을 발표한 26일부터 흐름이 바뀌었다. 27일엔 애플이 실적을 발표했는데, 이날 애플 주가는 정규장에서 전날보다 주가가 0.29% 하락했다. 하지만 애플이 호실적을 발표하고, 팀 쿡 애플 CEO가 “올해는 작년보다 공급난이 완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히면서 시간외거래에서 단숨에 3% 넘게 올랐다. 뉴욕타임스는 “애플이 월가의 예상을 뛰어넘는 실적을 발표하며, 테크 산업이 올해 정체를 빚을 것이라는 우려를 누그러뜨렸다”고 보도했다.
1일 구글과 AMD도 호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크게 상승했다. AMD 주가는 정규장에서 전날보다 2.21% 올랐고, 시간외거래에서도 10.24% 폭등했다. 경기 침체가 우려되지만, 빅테크 기업들이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주가를 다시 밀어 올리는 것이다.
◇규제 앞둔 빅테크, 올해도 믿어도 되나
비관론에 빠졌던 증권가 일각에선 올해도 빅테크들의 주가가 굳건할 것이라는 예상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다. 금리 인상과 인플레이션에 따른 주가 타격이 생각보다 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JP모건은 1일 “경기 침체 가능성은 작고 약세장이 아니다”라고 했다.
하지만 올해는 빅테크 앞에 여러 난관이 놓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가장 큰 것은 반독점 규제다. 전 세계 규제 당국은 막강한 권력을 가진 빅테크들을 내버려둘 수 없다고 본다. 미 상원 법사위는 빅테크들이 운영 플랫폼에서 자사 서비스를 우선 노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규제안을 최근 통과시켰다. 이 법안은 상원 본회의에 상정 예정이다.
미 의회는 늦어도 오는 11월까지는 이 법안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구글이 구글맵이나 지메일 등을 우선 노출할 수 없다. 아마존도 자체 브랜드 상품을 소비자에게 먼저 보여줄 수 없다.
한국의 공정거래위원회 격인 미 FTC도 최근 빅테크를 겨냥한 기업 M&A 승인 지침 개정에 나섰다. 빅테크들이 스타트업들을 무한 흡수하면서 이를 제재할 수단을 명확히 하겠다는 것이다. 유럽의회도 빅테크가 타깃 광고를 위해 사용자의 인종과 종교 등의 정보를 활용하는 것을 막는 법안 초안을 최근 채택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애플·구글·메타 등 실리콘밸리 빅테크들은 규제에 따른 전례 없는 변화를 맞을 수 있다”며 “이는 어떤 형태로든 주가에 반영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