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를 총괄하는 경계현 대표는 이달 1일부터 반도체 부문 임직원 6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새로운 교육 제도를 도입했다. 무제한으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서비스 구독권을 매달 신청한 임직원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다독가로 알려진 경 대표는 작년 말 취임 이후 임직원들에게 “책을 많이 읽고, 리더들은 독서 토론도 하면 좋겠다”고 권유해왔다고 한다. 매주 진행하는 임직원 대상 방송에서도 본인이 줄 쳐가며 읽은 책을 보여주고, 리더십·코칭·인간관계 등과 관련된 책도 여럿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임직원들이 독서를 통해 스스로 학습, 성장하는 문화를 만들자는 취지”라고 했다.
최근 ‘독서 경영’을 하는 기업이 늘고있다. 대기업, 스타트업을 막론하고 무제한 책 구매 지원이나 사내 도서관 신설 등 임직원들이 책과 친숙해지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에서 자기 계발 욕구가 높은 MZ세대 구성원을 위한 일종의 복지이자, 인재 확보·교육 차원에서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기업들의 얘기다.
배달 앱 ‘배달의 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책 구매비를 무제한 지원하는 복지 제도를 운영 중이다. 1권도, 100권도 상관없다. 작년 1월부터 11월까지 이 회사 1700여 구성원이 구매한 책만 총 6만여 권에 이른다. 권당 1만5000원으로 쳐도 10억원에 육박하는 금액이다. 지원 원칙은 ‘자기 성장에 도움이 되는 책은 무엇이든 가능, 만화·동화·잡지는 불가, 구성원들의 책 구매 목록은 사내에 공개, 온라인 대신 오프라인 서점에서 산 것만 인정’ 등이다.
인터넷 기업 NHN은 코로나가 장기화하자 지난해 7월 ‘라이브러리 딥’이란 사내 전자 도서관을 열었다. 대다수 임직원이 원격 근무를 하면서 기존에 경기도 판교 사옥 1층에 있던 도서관을 이용하기 어려워지자 디지털로 전환한 것이다. NHN 관계자는 “코로나로 임직원들의 자기 계발, 교육이 제한되는 상황에서 그 해법을 책에서 찾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