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가상 인간을 만드는 스타트업 ‘딥브레인AI’는 다음 주 개발자 8명을 대상으로 채용 면접을 진행한다. 신입 채용 공고를 통한 것도, 경력자 채용도 아니다. 이 회사가 작년 12월 주최한 ‘AI 아카데미’라는 7주짜리 무료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한 20여 명의 교육생 중 우수자를 골라 회사가 입사를 제안한 것이다. 이 회사의 AI아카데미는 무료에 수료증을 발급하고, 10년 차 이상 전문가들이 맞춤형 교육을 한다는 소식에 모집 당시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다. 회사는 우수 수료자들에게 ‘업계 최고 연봉’과 ‘1000만원의 입사 보너스’를 제안하면서 채용에 나선 것이다.

딥브레인AI 김경수 마케팅팀장은 “공대 나온 석·박사 출신은 대부분 네이버, 카카오 같은 대기업으로 가는 데다 특히 딥러닝(기계 학습의 일종)을 할 줄 아는 AI 인재는 더욱 희소하다”며 “인력난이 워낙 심하다 보니 아예 직접 키워서 뽑기로 했다”고 했다. 현재는 위탁 교육을 하고 있지만 인재 유치 효과가 있다고 판단해 연내 자체 교육 과정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확산하는 ‘선교육, 후채용’

IT(정보기술) 기업들의 채용 풍속도가 달라지고 있다. 과거 ‘시험 봐서 뽑는다’에서 ‘써보고 뽑는다(인턴)’가 됐다가, 이젠 ‘가르쳐서 뽑는다’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대규모 채용을 한 뒤 직무 교육을 하는 것이 과거 방식이었다면, 최근엔 무료로 직무 교육을 시키고 그 안에서 우수자를 선별해 채용하는 식으로 진화(進化)한 것이다.

가상 화폐 거래소를 운영하는 빗썸은 지난 7일부터 1~4년 차 경력 개발자 50여 명을 대상으로 ‘빗썸 테크캠프’라는 야간 교육 과정을 시작했다. 블록체인, iOS(애플 운영체제) 개발 과정을 3~4주간 무료로 가르친다. 대부분 다른 기업에 다니는 재직자들로 퇴근 후인 오후 7시부터 밤 10시 30분까지 비대면 교육을 받는다. 빗썸은 교육 종료 후 우수자를 상대로 채용 전형을 진행할 계획이다. 빗썸 관계자는 “무료 교육을 통해 회사는 우수 개발자를 찾을 수 있고, 교육생은 블록체인 업계에 관심을 갖게 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대규모 공채를 폐지한 대기업들도 최근 이런 방식의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포스코 IT 서비스 계열사인 포스코ICT는 작년 12월부터 ‘청년 IT 전문가 아카데미’라는 6개월짜리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 사원을 채용한다. 교육비 전액 무료에, 매달 30만원의 훈련수당까지 제공한다. 작년 말 1기생 21명을 뽑았고, 이달에 25명을 추가 선발했다. 입사가 보장돼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포스코ICT 최영란 인사팀 리더는 “공채로 대규모 인력을 한꺼번에 뽑아 직무 교육을 하는 것보다 필요한 인재를 전문적으로 육성해서 선발하는 ‘핀셋식 채용’이 입사자들의 조기 안착과 직무 만족도에 도움이 된다”고 했다.

◇구인난 속 인재 유치 겸 사회 공헌 효과

이처럼 기업들의 자체 교육이 확산하는 것은 ‘현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인재가 없다’는 문제의식 때문이다. 또 ‘일단 공짜로 가르쳐 주겠다’는 무료 교육이 인재를 끌어들이는 하나의 유인책이 된다는 이유도 있다.

교육만 시키고 채용을 못하면 손해 아닐까. 기업들은 “비록 입사를 하지 않더라도, IT 교육을 받은 인력을 사회에 배출하는 사회 공헌 효과도 있다”고 설명한다. 삼성전자가 5년째 사회 공헌 차원에서 운영 중인 ‘삼성청년SW아카데미(SSAFY)’가 대표적이다. 채용과 무관하게 삼성이 교육생 전원에게 매달 100만원을 주면서, 1년간 집중적으로 소프트웨어 교육을 한다. 수료생 2199명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카카오·네이버·LG CNS·현대모비스·신한은행 등 643개 기업에 취업했다.

IT 위탁 교육 기관 비트교육센터를 운영하는 비트컴퓨터의 송인옥 실장은 “기술이 워낙 빨리 변하는 데다, 인력 미스매치 문제가 심각해 기업들의 교육 요청이 끊이지 않는다”며 “중소기업들도 여러 곳이 공동으로 교육을 요청하고 있어 앞으로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