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투자가 보편화되면서, 투자자들의 이혼 재산분할 과정에 가상화폐가 중요한 분쟁거리로 떠올랐다. 배우자 몰래 비트코인을 사놓고 숨긴 상태로 이혼 재산분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혼 후 다시 비트코인을 팔아 현금화하는 꼼수다.
뉴욕타임스는 13일(현지시각) 분산 네트워크를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가상화폐는 일반인이 추적하고 평가하기 어려워 이혼 재산분할 시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재산분할에서 자금 은닉 수단 된 비트코인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은행 계좌나 부동산 등과 달리 직접 눈으로 확인하기 쉽지 않고 자금 은닉이 용이하다. 전문가가 추적하면 모든 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지만, 일반인은 가상화폐 보유자가 정보를 의도적으로 숨길 경우 이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보유자가 설정한 비밀번호를 모르면 가상화폐가 들어있는 온라인 지갑에 접근할 수 없다. USB 형태의 작은 하드웨어 지갑에 비트코인을 넣어놓으면 배우자가 이를 파악하기도 매우 어렵다. 이혼 전문 변호사 재클린 뉴먼은 뉴욕타임스에 “예전엔 매트리스 밑, 케이맨 제도(조세피난처로 유명한 카리브해의 섬)에 재산을 은닉했지만 이제는 가상화폐를 통해 재산을 숨긴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배우자가 숨겼을 비트코인을 찾아내기 위해 이혼 당사자들이 탐정 등 전문가를 고용하기도 한다. 블록체인 조사 업체인 사이퍼블레이드는 최근 몇 년간 약 100건의 가상화폐 관련 이혼을 처리했다. 배우자가 숨긴 가상화폐를 찾아내는 의뢰를 수행했다는 것이다. 미 뉴욕의 법의학 수사관인 닉 히모니디스는 한 여성에게 “남편이 재산분할 시 보고한 가상화폐 보유량이 너무 적다”는 의뢰를 받고, 법원의 허가를 받아 남편의 노트북을 조사해 비주류 가상화폐인 모네로 70만달러(8억4000만원)치를 발견했다.
◇오락가락하는 시세에 재산분할도 복잡해
가상화폐의 연일 오르내리는 시세도 이혼 재산분할을 한층 복잡하게 한다.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는 하루에도 수십%씩 가격이 오르내린다. 이혼 일자를 어느 날로 잡느냐에 따라 재산분할 액수가 크게 달라지는 것이다.
세금도 문제다. 만약 배우자가 4~5년 전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를 매입했다면 장기자본 이득세를 적용 받아 세금이 적다. 하지만 최근 투자했다면 높은 세금이 나온다. 이를 고려치 않고 이혼하면 이혼 후 막대한 세금 청구서를 받을 수 있다. CNBC는 “현재 이혼 소송시 적용할 가상화폐 관련 법률이 미비해 미 사법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한국도 마찬가지다. 이혼하려는 배우자가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등 주류 가상화폐가 아닌 모네로, 대쉬 등 비주류 코인에 재산을 숨겼다면 추적이 더욱 어렵다. 특히 외국에 본사를 둔 가상화폐 거래소를 이용했다면 해당 거래 기록도 확보하기 어렵다. 산드라 라드나 변호사는 작년 6월 CNBC에 “이혼 재산분할을 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할 일은 배우자가 가상화폐에 투자했는지 밝히는 것”이라며 “가상화폐 거래소 이메일이나 은행 이체 내역 등을 통해 가상화폐 투자 여부를 확인해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