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실리콘밸리 구글 본사 모습. /AFP 연합뉴스

16일(현지시각) 구글이 맞춤형 타깃 광고를 어렵게 하는 사용자 개인정보 보호책을 내놓았다. 작년 애플이 발표한 것과 비슷한 조치로, 안드로이드 기기에서 사용자 기록을 추적하는 것을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사용자 기록을 바탕으로 한 타깃 광고가 사실상 전 세계 모든 스마트폰에서 불가능해진다. 당장 페이스북은 큰 매출 타격을 받는다. 페이스북의 총 매출 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95%가 넘는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이날 “구글의 정책을 지지한다”고 했다. 애플의 정책 변경엔 강하게 반발했던 페이스북이 구글에겐 손을 내민 이유가 뭘까.

페이스북. /로이터 연합뉴스

◇같은 정책 변경인데 애플과 구글에 다른 입장

작년 4월 애플이 타깃 광고를 어렵게 하는 개인정보 보호책을 내놓았을 때 페이스북은 크게 반발했다. 애플은 사용자가 동의할 경우에만 페이스북 등 업체들이 사용자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도록 정책을 바꿨다. 전 세계 아이폰 사용자 중 페이스북 등 앱이 사용자 기록에 접근하는 것을 허용한 비율은 30%도 안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페이스북은 “애플의 정책 변경이 소상공인의 광고 효과를 줄이고, 이들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소상공인을 거론하며 정작 자신의 매출 감소를 우려한 것이다.

실제로 페이스북의 모회사 격인 메타는 최근 실적발표에서 “애플의 개인 정보 보호책 변경으로 올해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의 매출이 100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러한 전망은 메타의 주가를 급락시켰다. 16일 기준 메타의 주가는 216.54달러로 1달 전보다 32% 하락했다. 시가총액은 빅테크 규제의 적용 기준이 되는 6000억달러를 밑도는 5900억달러다.

반면 16일 구글이 애플과 비슷한 정책 변경을 발표했을 때 페이스북은 예상 외 반응을 보였다. 페이스북의 그레이엄 머드 마케팅·광고 비즈니스 부사장은 자신의 트위터에서 “구글의 개인정보 보호적 맞춤형 광고에 대한 장기적이고 협력적인 접근이 인상깊다”고 했다.

미 실리콘밸리 메타(옛 페이스북) 본사 앞 조형물. /AFP 연합뉴스

◇2년의 시간 번 페이스북

페이스북이 구글 정책 변경에 반발하지 않는 이유는 이 정책의 시행 시점에 있다. 정책 변경 발표 후 바로 시행한 애플과 달리 구글은 일단 현재의 타깃 광고가 가능한 개인정보 관련 정책을 2년간 유지한다고 했다. 또한 정책 변경을 단계적·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 입장에서는 매출 타격을 준비할 2년의 시간을 번 셈이다. 실리콘밸리의 한 관계자는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하는 움직임은 테크 업계에서 피할 수 없는 트렌드”라며 “페북 입장에서는 오히려 2년의 유예 기간을 준 구글이 고마울 수도 있다”고 했다.

페이스북 내·외부에서는 그동안 성장 동력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매출을 거두기 위해서는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애플과 구글의 플랫폼 안에 승차해 성장하는 단계는 지났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페이스북은 작년 사명을 메타로 바꾸고 메타버스를 신성장 동력으로 천명했다. 현재 메타는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서비스 구축과 오큘러스 등 VR 기기 개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 위주로 사업구조를 재편하려면 시간이 걸린다. 불확실한 미래를 바라보며 막대한 투자를 진행해야하는 메타 입장에서 구글의 정책 도입 2년 유예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구글. /AFP 연합뉴스

◇구글은 페이스북과 같은 편?

테크 업계에선 페이스북이 구글을 ‘같은 편’으로 인식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나온다. 구글 전체 매출 중 광고가 차지하는 비중은 81%다. 페이스북과 마찬가지로 타깃 광고가 불가능하면 구글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결국 구글이 ‘자기 살 깎아먹기’를 피하기 위해서라도 개인정보 보호는 강화하면서 맞춤형 광고도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실제로 구글은 이날 애플의 정책을 비판하며, 앞으로 구글이 시행할 정책은 애플의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했다. 앤서니 차베스 구글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 담당 부사장은 블로그 게시물을 통해 “(애플이) 개인정보 정책에 대해 다른 접근을 하면서 개발자와 광고주들이 사용하는 기술을 무분별하게 제한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러한 접근법이 비효율적이고 사용자 프라이버시나 개발자 비즈니스에 좋지 않은 결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했다.

구글은 또 새로운 개인정보 보호책을 어떻게 구현할지에 대해 다른 업체들과 다양한 협력을 하고 있다고 했다. 페북 입장에선 자사 의견을 주장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 셈이다. 뉴욕타임스는 “대부분의 수익을 디지털 광고 판매에서 얻는 구글은 광고주의 요구 사항을 고려하는 데 애플보다는 더 개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