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가 24일 온라인으로 첫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의 새 미래 비전을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한국과 모바일을 넘어)’로 정하겠다”고 했다. 지난 10년간 모바일 사업 위주로 국내 시장에서 성장한 카카오의 성공 공식을 깨고 해외에서 미래 먹거리를 찾겠다는 것이다.
남궁 내정자는 간담회 내내 ‘글로벌 올인’을 강조했다. 그는 “카카오 정도 성장을 했으면 해외에 나가서 돈을 벌어오라는 메시지가 국민의 명령처럼 느껴진다”며 “해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절박하다”고 했다. 그는 우선 일본을 글로벌 비즈니스 중심축으로 삼겠다고 밝혔다. 현재 일본 웹툰 시장 1위로 연간 거래액 1조3000억원을 넘긴 카카오 픽코마와 카카오게임즈 재팬을 글로벌 진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것이다. 남궁 내정자는 “지금은 계열사가 각자 진출해 생존하는 방식이라면 이제는 그룹 차원의 중앙집중적인 해외 전략도 펼쳐야 하는 시기”라며 “픽코마와 카카오게임즈 재팬을 재무적으로 통합해 일본 사업을 크게 펼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남궁 내정자는 메타버스 사업 전략도 공개했다. 그는 “3차원 아바타 위주의 메타버스 사업보다는 텍스트(문자)·이미지·영상을 모두 아우르는 메타버스 사업을 하겠다”고 했다. 카카오톡이 텍스트를 기반으로 한 메신저인 만큼, 이 강점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남궁 내정자는 “채팅 기반으로 게임 등 롤플레잉(역할 수행)을 할 수 있는 메타버스 서비스를 준비 중”이라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연예·웹툰), 카카오게임즈(게임), 카카오브레인(AI)과 집중적으로 협력해 서비스를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인수·합병도 메타버스와 관련 콘텐츠에 무게중심을 두고 진행할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 주가 15만원 회복 시점에 대해서는 “제 임기가 2년인데 그 안에 (15만원 회복을) 끝내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카카오 내부에서 불거지고 있는 연봉 인상 요구와 관련해서는 “부족원을 배불리 먹이기만 하면 되는 부족장과 달리 주식회사의 대표는 임직원·주주·고객을 모두 만족시켜야 한다”며 “밸런스를 맞추면서 직원 연봉과 복리후생에도 신경을 많이 쓰겠다”고 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과 PC방 창업 동지인 남궁 내정자는 “오랜 시간 김범수 의장 옆에서 일을 해왔지만 지금이 가장 위기”라며 “대표직을 요청했을 때 고맙기도 했지만 원망스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김 의장이) 길게 말은 안 하고 ‘잘 부탁한다’ 정도만 이야기하시더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