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로이터 연합뉴스

러시아가 우크라니아를 침공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중간에 끼어 압박을 받고 있다. 러시아는 검열을 강화하기 위해 빅테크 기업들을 옭죄고,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 타격을 주기 위해 서비스 제한 조치를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빅테크 기업들은 자의든 타의든 전쟁에 개입된 모양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쪽 요구 받는 빅테크

뉴욕타임스는 27일(현지시각) 러시아가 구글·메타·애플·트위터·틱톡 등 13개 테크 기업에게 이달말까지 러시아에 법인을 설립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는 최근 온라인 검열을 강화하기 위해 새로운 법을 만들었는데, 테크 기업들에게 이 법을 준수하라고 압박하는 것이다. 러시아의 인터넷 규제 기관에 따르면 애플과 틱톡, 스포티파이, 구글은 러시아의 요구를 수용했다. 메타와 트위터는 법의 일부는 준수했지만 어느 부분은 준수하지 않았다. 트위터와 텔레그램은 거부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는 러시아가 우크라니아 침공에 관해 정보가 유통되는 것을 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러시아가 불리한 여론을 막기 위해 테크 기업을 압박한다는 것이다.

빅테크들은 우크라이나 측으로부터도 전쟁을 지원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있다. 지난 25일(현지시각) 미하릴로 페도로프 우크라이나의 정부 부총리이자 디지털 장관은 팀 쿡 애플 CEO,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 등에 서한을 보내 테크 기업들이 러시아 내 서비스를 제한해달라고 요청했다.

우크라이나 측은 애플에게는 러시아에서 아이폰·맥 등 애플 제품을 판매하지 말고 애플 앱스토어 접속을 차단해달라고 요청했다. 메타에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접속을 제한해달라고 요구했고, 넷플릭스·유튜브·구글에게도 서비스 사용 제한을 요청했다. 러시아 내 젊은 층이 애플 앱스토어 페이스북 유튜브 등 인기 있는 서비스를 못쓰게 함으로써 푸틴에 반감을 갖게 해달라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다. 미 상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인 마크 워너 의원도 메타와 레딧, 텔레그램에 서한을 보내 “러시아가 전쟁 혼란을 가중하기 위해 해당 플랫폼을 사용하지 않도록 제한하라”고 촉구했다.

구글. /로이터 연합뉴스

◇속속 러시아 내 서비스 차단하는 빅테크

일부 빅테크 기업들은 우크라이나의 요구를 수용해 러시아 내 서비스를 제한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페이스북은 러시아 국영 매체 4곳의 계정을 차단했고, 러시아 국영 매체가 메타의 플랫폼을 통해 광고를 게재하고 이를 수익화하는 행위를 막겠다고 밝혔다. 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게시물의 팩트 체크를 진행해 가짜뉴스에는 경고 딱지를 붙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러시아는 이에 대한 보복 조치로 페이스북의 온라인 접속 속도를 고의적으로 낮추는 제한 조치를 발동했다.

트위터도 마찬가지다. 트위터는 러시아 국영 매체의 콘텐츠에 대한 팩트체크 기능을 활성화하고, 러시아 지역 내 국영 매체의 광고를 중단했다. 러시아는 이에 반발해 러시아 내 트위터 접속을 일시적으로 제한했다.

구글은 26일(현지시각) 러시아 국영 매체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 광고 수익을 얻는 것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또 국영 매체 관련 동영상도 추천 항목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우크라이나 영토에서 러시아 국영 매체인 RT의 뉴스 앱 다운로드도 차단했다.

IT 업계 관계자는 “현대전에서 사이버 공격, SNS를 통한 프로파간다가 중요해지면서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전쟁에 개입된 모양새”라며 “앞으로도 전 세계 국가간 갈등에 테크 기업들은 중간에 끼여 여러가지 압박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