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팀 쿡 CEO(최고경영자)가 8일(현지 시각) 온라인으로 진행된 신제품 행사에서 아이폰SE 3세대를 선보이고 있다. 이날 애플은 아이폰 외에도 아이패드, 데스크톱인 맥스튜디오와 모니터, 자체 개발 반도체 칩 등을 공개했다. /AFP 연합뉴스

“작년 가을 아이폰13 출시 이후 애플 신규 고객은 최근 5년 새 최대였습니다. 아이폰SE가 이를 가속화하기를 기대합니다.”

8일(현지 시각)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애플의 새로운 중저가폰 아이폰SE 3세대를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다. 작년 고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최고 판매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애플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입하겠다는 ‘선전포고’를 한 셈이다.

애플은 이날 온라인으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중저가 5G(5세대 이동통신) 전화기 아이폰SE 3세대를 선보였다. 2년 만에 나온 SE 모델로, 최신 아이폰13에 들어가는 AP(두뇌 역할 반도체)인 A15바이오닉을 탑재했다.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30달러 높은 429달러(한국 가격 59만원)를 책정했다. 애플의 첫 보급형 5G 폰이란 점에서 종전 ‘삼성’ 대(對) ‘중국 업체’ 구도였던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고성능 ‘두뇌 반도체’ 달아 성능 대폭 개선

애플이 이날 공개한 아이폰SE 3세대는 2년 전 나온 2세대 제품과 거의 흡사하다. 4.7인치 화면, 전면 700만·후면 1200만화소 카메라, 넓은 베젤(화면 테두리), 동그란 홈버튼 등이 동일하게 탑재됐다.

눈에 띄는 것은 100만원대 최신 아이폰에 들어가는 ‘A15바이오닉’ 칩을 50만원대 중저가폰에 탑재했다는 것이다. A15 바이오닉은 퀄컴이나 삼성전자의 동급 칩보다 속도가 빠르고 효율이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3세대 제품은 2세대 제품보다 그래픽 성능이 1.2배 빨라졌고, 카메라 기능도 향상됐다는 평가다.

아이폰SE 3세대는 검은색, 흰색, 빨간색 등 3종으로 출시된다. 애플은 300달러대 초반 가격을 예상했던 시장 전망과 달리 신제품 가격을 인상하며, 반도체 칩 교체로 인한 성능 개선을 강조했다. 국내 가격은 저장 용량(64·128·256GB)에 따라 각각 59만, 66만, 80만원이다. 국내 출시는 오는 25일로, 18일부터 사전 예약을 받는다.

이날 애플은 태블릿PC ‘아이패드 에어’ 5세대 신제품도 소개했다. 자체 제작한 M1 반도체를 탑재했고, 5G도 지원한다. 애플은 “같은 가격대 윈도 노트북보다 2배 빠르다”고 했다. 이 밖에 태블릿·맥PC에 탑재되는 최고 사양 반도체인 ‘M1울트라’도 선보였다. 이는 종전 최고 성능이었던 M1맥스를 2개 이어 붙인 것이다. 애플은 M1울트라를 탑재한 전문가용 PC인 맥스튜디오와 모니터도 함께 공개했다.

◇삼성전자, 시장 맞춤형 A시리즈로 반격

스마트폰 업계에선 이날 애플이 내놓은 아이폰 SE가 중저가폰 시장에 미칠 영향이 작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애플 전문가인 궈밍치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아이폰SE가 올해 2500만~3000만대 출하되리라 본다”고 했다. 애플 전체 스마트폰 판매량의 10%에 이른다.

애플의 공세에 맞서 삼성전자는 이달부터 중저가 5G 스마트폰 ‘갤럭시A’ 시리즈를 잇달아 출시하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설 예정이다. A시리즈는 삼성전자의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 1위 수성에 톡톡히 기여하는 제품군이다. 지난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스마트폰도 갤럭시A12(출하량 5180만대)였다.

애플이 아이폰SE 단일 모델로 중저가 시장을 노리는 것과 달리, 삼성은 각 시장에 특화된 다양한 ‘맞춤형 모델’을 내는 것이 특징이다. 삼성전자는 이달 갤럭시A33, A53을 필두로 A13, A23, A73 등을 순차적으로 선보인다는 전략이다. 업계에선 가격대와 기능상 삼성이 이달 공개하는 A53이 애플 아이폰의 SE 3세대와 시장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는 제품이 될 것으로 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주요 시장에 별도 연구소를 두고 현지인들의 생활 패턴, 스마트폰 사용 성향을 면밀히 분석해 맞춤형 제품을 출시하는 것이 삼성의 경쟁력”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