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 네이버·카카오가 같은 날 ‘글로벌 올인’을 선언하고 리더십에 변화를 줬다. 81년생 최수연 네이버 신임 대표는 “글로벌 일류 기업이 되겠다”고 선언했고,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하겠다”며 의장 직을 내려놓고 글로벌 사업에만 집중한다고 밝혔다.

최수연 대표

네이버는 14일 오전 경기도 성남시 분당 사옥에서 정기 주주총회 및 이사회를 열고 최수연 신임 대표를 선임했다. 이와 함께 채선주 최고커뮤니케이션책임자(부사장)의 사내이사 선임건도 통과시켰다. 최 대표는 2005년 NHN(네이버의 전신) 공채 출신으로 변호사로 일하다 2019년 재입사했다. 변호사 시절 인수합병(M&A) 자문 경력을 바탕으로 이해진 창업자의 글로벌 투자를 보좌하다 작년 대표로 내정됐다. 내정 당시 최 대표의 직급은 책임리더(조직장)급으로, C(최고경영자)레벨 경영진을 뛰어넘은 파격 인사였다.

네이버 채선주 이사

최수연 대표 선임으로 네이버는 이해진·한성숙 등 인터넷 창업 세대 리더십에서 인터넷과 함께 성장한 세대 리더십으로 변화를 맞게 됐다. 최 대표는 검색·커머스 등 기존 사업 지배력을 유지하면서 메타버스·블록체인 같은 신사업을 앞세워 글로벌 인터넷 기업으로 도약하는 데 경영의 모든 초점을 맞춘다는 전략이다. 최 대표는 “앞으로 네이버는 라인·웹툰·제페토를 능가하는 글로벌 브랜드들이 끊임없이 나오는 새로운 사업의 인큐베이터가 될 것”이라며 “글로벌 감각과 전문성을 갖춘 리더십을 구축하고 기술 혁신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 대표는 네이버 기업 문화 회복도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지난해 직장 내 괴롭힘 논란으로 회사 안팎의 비판적 여론이 높아진 만큼 기업 문화 회복을 서두른다는 것이다. 최 대표는 이날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신뢰와 자율성 기반의 네이버 기업 문화 회복에 주력할 것”이라며 “이번 주 중 임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가지겠다”고 했다. 이를 바탕으로 조만간 조직 문화 개선 계획과 관련 인사도 발표할 예정이다.

카카오는 이날 “김범수 의장이 글로벌 전략 재편에 따라 카카오 이사회 의장 직에서 사임한다”고 밝혔다. 김 의장도 직원들에게 메시지를 보내 사임 의사를 밝히고 글로벌 사업 확장에 전념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카카오의 새로운 철학인)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사회의 강한 요구”라고 했다.

김범수 창업자

김 의장은 앞으로 카카오의 미래 전략을 총괄하는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직만 맡는다. 우선 일본 웹툰 시장 1위인 카카오픽코마를 거점으로 동남아·유럽 등으로 카카오 해외 사업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지난해 싱가포르를 거점으로 한 블록체인 사업 자회사 크러스트를 본격 출범시키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김 의장이 국내 대신 해외에 체류하며 직접 해외 사업을 챙길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날 비욘드 코리아와 함께 카카오 미래 10년 키워드로 꼽힌 ‘비욘드 모바일(모바일을 넘어)’ 사업은 남궁훈 대표이사 내정자가 맡기로 했다. 남궁 내정자는 카카오의 여러 사업과 서비스를 글로벌 진출에 용이한 구조로 재편해 국내외 성장을 이끄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