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5G(5세대이동통신)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실제로 쓰는 데이터양보다 훨씬 높은 요금제에 가입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5G폰 이용자가 한 달간 쓰는 데이터양은 약 26GB(기가바이트) 정도인 반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3사의 5G 요금제는 10GB 이하 또는 100GB 이상 데이터 제공으로 양분화돼 있다. 소비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데이터 구간 맞는 이른바 ‘중간 요금제’가 없는 기형적인 구조다. 저용량 요금제로는 데이터가 부족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더비싼 요금제에 가입하는 식으로 선택을 강요받고 있는 셈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1월 기준 5G폰 이용자 1인당 월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25.9GB로 집계됐다. 1년 전(25.4GB)과 거의 비슷하고 2020년 1월(27.1GB) 때보다 소폭 감소한 수준이다.
◇평균 사용량에 맞춘 요금제 없어
과기정통부가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통신 3사가 그동안 출시한 5G 요금제 총 46개 중에서 월 기본 데이터 10GB 미만이 7개, 10GB 이상~15GB 미만이 11개, 100GB 이상은 28개였다. 특이하게도 15GB 이상~100GB 미만 구간은 요금제가 단 하나도 없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의 경우 대리점을 방문한 고객이 월 기본 10GB를 5만5000원에 사용하는 요금제 바로 다음에 가입할 수 있는 것은 데이터 110GB의 월 6만9000원 요금제다. KT 역시 10GB(월 5만5000원) 다음에 110GB(월 6만9000원)로 넘어갔고, LG유플러스는 12GB(월 5만5000원) 다음이 150GB(월 7만5000원)이다. 평균 사용량에 가까운 요금제는 사실상 없는 셈이다.
이 같은 논란에 지난해 통신업계는 소비자들이 오프라인 통신 대리점이 아니라 온라인으로 가입 시 9GB를 월 3만원대 후반에, 200GB를 월 5만원대에 제공하는 식의 ‘온라인 전용’ 5G요금제를 내놓긴 했다. 하지만 이 요금제 가입자들은 가족결합 할인이나 공시지원금, 월 25% 요금할인 등과 같은 기존 혜택을 받지 못한다. 또 오프라인 대리점에선 신청이 불가능하다. 이 때문에 “실효성이 떨어진다”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게다가 온라인 전용 5G요금제 역시 국내 5G폰 이용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15GB 이상~100GB 미만 구간이 없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외국 통신업체들은 다르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영국 EE는 데이터를 100GB와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 외에도 10GB, 40GB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따로 있다. 캐나다 로저스는 기본 데이터가 15GB, 25GB, 50GB 등으로 나눠져 있고, 독일 O2도 20GB, 40GB, 60GB 등으로 5G요금제의 기본 제공 데이터가 구분돼 있다.
◇그때 그때만 잘 넘겨라?
중간 요금제의 필요성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도 지적됐었다. 당시 국감장에 불려나온 통신 3사 임원들은 “소비자의 요구가 다양하니 검토하겠다”, “면밀히 검토하고 고려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중간 요금제는 출시되지 않고 있다. 이를 놓고 정치권에선 “2017년 대선 때와 달리, 이번 대선에선 통신비 문제가 그다지 이슈가 되지 않았기 때문 아니겠느냐”라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눈에 띠는 통신비 인하 관련 공약을 내놓지 않았다.
통신업계 내에선 “전국에서 추가적인 5G 망(網) 투자를 해야 하는 만큼 아직까진 고가(高價) 요금제가 주축이 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위해 통신 3사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통신 3사의 실적은 5G망 상용화 이후 계속 좋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0년 만에 다시 4조원을 넘겼다. SK텔레콤과 KT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각각 1조원 이상이었고 LG유플러스 역시 지난해 영업이익이 1조원에 육박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조만간 애플과 삼성전자가 중저가용 5G스마트폰을 내놓을 예정인 만큼 5G 요금에 대해서도 중간 요금제를 요구하는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