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당국의 강도 높은 ‘빅테크 규제’가 1년 이상 이어지자 텐센트·알리바바 등 대표 기업들이 대규모 감원에 나섰다. 홍콩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1일 “올해 중국에서는 역대 최다인 1078만명의 대학 졸업생이 배출되는데 빅테크 구조조정으로 2008년 금융위기 수준으로 고용시장이 얼어붙었다”고 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는 이달 초부터 ‘알리바바 해고’ ‘텐센트 해고’ 등이 인기 검색어에 올랐다. 중국 당국은 독점 규제, 게임 중독 방지, 불온 콘텐츠 통제, 사교육 부담 해소 등 명분으로 2020년 말부터 자국 빅테크에 전방위 압박을 가했다. 이로 인해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반토막이 난 데 이어 실적까지 악화되자 결국 대규모 인력 감축에 나서는 것이다.
◇감원 칼바람 부는 中빅테크
로이터통신은 중국 주요 빅테크들이 최대 15% 감원을 추진하고 있다고 최근 보도했다. 25만명의 직원을 고용한 알리바바는 올해 전체 직원의 15%인 3만9000여 명을 감원할 계획이다. 당국의 배달앱 수수료 인하, 직고용 요구로 적자 규모가 커진 알리바바 산하 배달앱 어러머는 직원 25% 해고를 검토 중이다. ‘중국판 배달의 민족’인 메이퇀도 지난 1월 최고위 임원 일부를 해고하고 지난달엔 인력 감축 계획을 밝혔다.
게임·콘텐츠 규제 강화로 타격을 입은 텐센트는 동영상 스트리밍·검색·클라우드 등 수익성이 낮은 부문 인력을 10∼15% 감원하고 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중국판 유튜브’로 불리는 비리비리와 짧은 동영상 앱 2위인 콰이서우는 “올해 신규 고용이 거의 없거나 예년보다 적을 것”이라고 밝혔다. 두 회사는 지난 3년간 매년 고용 규모를 두 배씩 늘려왔다.
지난해 6월 당국의 암묵적 경고에도 미국 상장을 강행했다가 중국 앱 장터 퇴출 등 보복성 규제를 맞은 중국 최대 차량공유 서비스 업체 디디추싱은 다음 달까지 전체 정규 직원의 15%인 약 3000명을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中 빅테크 실적은 최악, 주가는 반 토막
중국 빅테크가 대규모 감원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당국의 각종 규제로 사업 확장이 어려워진 데다 실적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알리바바의 지난해 4분기 매출은 9.7% 증가하는 데 그쳤다. 2014년 상장 이후 매출 증가율이 20% 아래로 떨어진 건 처음이다. 순이익은 74.3% 급감했다. 2위 커머스 업체 징둥닷컴도 작년 영업이익이 67% 줄고, 순이익은 적자로 전환했다. 디디추싱과 메이퇀은 지난해 3분기 나란히 적자를 냈다.
중국 빅테크의 주가도 반 토막이 났다. 알리바바⋅텐센트⋅메이퇀 3사의 주가는 지난 15일 홍콩 증시에서 최근 52주 동안 최저치로 떨어졌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랜틱카운슬은 “중국 공산당의 빅테크 규제로 중국은 2030년까지 총 45조7000억 달러(약 5경5000조원)의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규제 장기화에 백기 투항
당국의 장기화한 규제 앞에서 빅테크들은 충성을 맹세하거나 백기 투항하고 있다. 중국 국가사이버정보판공실은 지난달 10일 위챗 공식 계정에서 텐센트⋅알리바바⋅바이트댄스⋅징둥 등 주요 빅테크 기업 총수들의 정부 정책 찬양 발언을 소개했다. 또 주요 빅테크가 지난해부터 지난 2월까지 중국 정부의 ‘공동 부유(다 함께 잘살자)’ 기조에 호응해 약정한 기부금은 약 40조원에 달한다. 바이트댄스 창업자 장이밍, 핀둬둬 창업자 황정 등 젊은 빅테크 총수들은 당국의 압박 속에 지난해 업계를 떠났다.
중국 빅테크들의 사업 위축이 중국 경기 하락의 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나오자 중국 당국은 최근 규제 완화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8일 논평에서 ‘자본의 무질서한 확장 방지’를 위한 기업 규제가 이윤 추구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16일 시진핑 국가주석의 ‘경제 책사’인 류허 부총리는 올해 빅테크 규제를 예측 가능한 수준에서 하겠다며 시장 달래기에 나섰다. 하지만 중국의 강력한 규제 기조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헨리 가오 싱가포르경영대 교수는 SCMP에 “많은 정책이 오랜 기간 만들어져 갑자기 멈출 수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