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간의 코로나 팬데믹 이후 집과 사무실을 번갈아 출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가 본격 시작되는 가운데, 미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직원들에 대한 다양한 인센티브를 내걸고 있다. 테크 업계 노동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특급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임금을 올려주거나 특별 보너스를 주고, 급여 체계를 재검토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주식 보너스 주고, 기업가치 낮추고
블룸버그는 지난 26일(현지시각) 애플이 소수의 엔지니어들에게 10만~20만달러 규모의 주식 기반 특별 보너스를 지급했다고 보도했다. 일정 액수 만큼의 RSU(양도제한조건부 주식)를 향후 몇 년간 나눠 주는 방식이다. 애플은 작년 12월에도 인재 유출을 막기 위한 목적으로 반도체 칩 개발과 증강현실 헤드셋 개발 분야 일부 엔지니어에게 최소 5만~최대 18만달러의 보너스 주식을 줬는데 3개월만에 다시 인센티브를 준 것이다. 그만큼 인재 유출에 대한 위기감이 커졌다는 뜻이다. 블룸버그는 “과거 애플이 이러한 특별 보상을 준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했다.
코로나 기간 급성장한 미 샌프란시스코의 식료품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인스타카트는 지난 25일(현지시각) 기업가치를 자진해서 40% 삭감했다. 인스타카트는 작년 실리콘밸리의 유명 VC(벤처캐피털)인 A16Z, 세콰이어, D1캐피털 등에서 2억6500만달러의 투자를 받아 기업가치 390억달러(47조7000억원)를 기록했다. 하지만 미국서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고 인플레이션 현상이 시작되며 성장동력이 둔화되자 핵심 인재가 떠나는 것을 막기 위해 자사 기업가치를 이전보다 40% 낮은 240억달러로 깎았다.
인스타카트는 올해 내 미 증시에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이다. 상장을 앞둔 기업이 기업가치를 스스로 낮추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 하지만 업계에선 상장 후 직원들이 최대의 이익을 볼 수 있게 하기 위해 인스타카트가 기업가치를 낮춘 것으로 본다. 기업가치를 낮추면 회사 주식 1주당 가격은 낮아지고 직원들에게 일정 액수 만큼의 주식 보너스를 줄 경우 더 많은 주식을 줄 수 있다.
예컨대 회사의 주가가 1주에 10만원이고 보너스로 1억원에 달하는 주식을 준다고 할 때, 직원들은 총 1000주를 받을 수 있지만, 주가가 1주에 5만원 일 경우엔 2000주를 받을 수 있다. 상장을 앞두고 핵심 인재들이 더 많은 주식을 받기 위해 인스타카트로 몰릴 가능성을 노린 것이다. 인스타카트는 “우리 직원들은 인스타카트를 지금의 위치로 만들었으며, 직원들에게 투자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믿는다”며 “장기적인 관점에서 회사 가치와 주식 보상이 조정되며 채용 및 직원 유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공격적 영입하는 메타, 급여 체계 재검토하는 구글
지난달 아마존은 사무직 직원의 기본급 상한을 종전 16만달러에서 35만달러로 2배 인상했다. 또 전 세계 대부분 아마존 직종의 전반적 급여 범위를 상향 조정했다. 아마존은 “노동 시장의 경쟁이 격화됐다”며 “최고 수준의 인재를 유치하고 기존 핵심 인재를 계속 회사에 남아 있도록 하기 위해 보상정책을 파격적으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메타(페이스북)는 작년부터 공격적으로 가상현실 관련 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임금을 파격적으로 올려주며 메타버스 관련 엔지니어를 흡수하는 것이다. 작년에만 애플 엔지니어 중 100여명이 메타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메타는 또 직원이 원할 경우 완전 재택근무가 가능하다는 점을 어필하며 인재를 끌어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구글, 애플 등 다른 빅테크가 4월부터 점차 하이브리드 근무를 도입하는 상황에서 메타는 C레벨 임원진이 모두 원격으로 근무한다는 점을 홍보하며 인재를 모으고 있다”며 “사무실로 돌아가길 꺼리는 엔지니어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테크 기업들이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늘리자, 구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구글은 이달 초 직원들과 전체 화상회의를 갖고 급여를 둘러싼 직원들의 불만에 대해 해명했다. 구글 직원들은 “아마존은 급여를 더 주고, 애플은 주식을 더 주는데 구글은 뭘 하고 있느냐”고 불만을 쏟아냈다.
브렛 힐 구글 총보상 담당 부사장은 “현재 구인 시장은 경쟁이 아주 치열하고 여러분은 아마 다른 회사에서 더 나은 제안을 받은 동료들의 사례를 들었을 것”이라며 “항상 직원들에게 최고 대우를 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그동안 오래 유지해온 급여 평가 체계를 바꾸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