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현지시각) 오전 미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의 야외 행사장인 캠프 찰스턴. 스콧 애덤스 구글 프로덕트 매니저가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를 깨알같이 적힌 과자 상자의 성분표에 갖다 댔다. 그의 스마트폰은 상자에 적힌 글자를 화면에 띄우고 이를 소리내 읽어줬다. 저시력자나 노안을 가진 사람들을 위한 ‘룩아웃(Lookout)’ 기능이다. 이미지 인식과 음성 구현 기술이 적용됐다. 애덤스는 “이 기능을 통해 물건에 적힌 글자를 쉽게 인식하고, 일상의 것들을 효율적으로 인지할 수 있다”고 했다.

6일(현지시각) 오전 미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 있는 구글의 야외 행사에서 구글 개발자들이 노인과 장애인을 위한 접근성 기술을 소개하고 있다. /구글

미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들이 시각·청각장애인이나 노인 등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을 잇따라 공개하고 있다. AI(인공지능)와 이미지·음성 인식 기술을 통해 보지 못하는 사람에게 현재 상황을 설명해주거나, 듣지 못하는 사람을 위해 잡음 없이 소리를 증폭해주는 기술 등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접근성 기술(Accessibility Technology)’로 불린다. 모든 사람이 여러 정보에 동일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기술이란 뜻이다.

◇귀 어두운 할머니 위해 만든 기술

이날 구글은 최근 개발한 접근성 기술을 소개하는 행사를 가졌다. 이브 앤더슨 구글 접근성 시니어디렉터는 “접근성을 확대하는 것은 장애를 가진 사람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뜻”이라며 “접근성 확대는 구글의 임무 중 하나”라고 했다. 그는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의 말처럼, 구글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혜택을 보기 전까진 어떤 문제든 완벽하게 해결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가 사블라 구글 시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는 행사장에 설치된 TV 화면에 자신의 할머니 사진을 띄웠다. “제 할머니는 다른 여느 할머니처럼 매우 수다스러웠어요. 하지만 몇 년 전부터는 귀가 잘 들리지 않으셨습니다.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저는 어떻게 하면 그녀를 도울 수 있을까 항상 고민했죠.”

이후 그는 ‘소리 증폭기(Sound Amplifier)’라는 구글이 만든 앱을 소개했다. 음성인식 기술, 노이즈캔슬링(잡음 차단) 기술 등을 적용한 것이다. 사용자는 이 앱과 이어폰을 연결해 주변 소리를 증폭하고, 잡음은 차단할 수 있다. 쉽게 말해 시중에 파는 보청기와 유사한 기능이다. 사용자는 자신의 상태에 맞게 잡음 차단의 정도, 증폭되는 소리의 크기 등을 조절할 수 있다. 구글의 앱 장터엔 ‘플레이스토어’에서 ‘청각 보조 기능’이라고 치면 해당 앱을 찾을 수 있다.

구글이 개발한 소리증폭기. /구글

구글은 이날 언어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앱인 ‘프로젝트 릴레이트(Project Relate)’도 소개했다. 장애로 인해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사람들의 음성을 인식해 AI로 분석하고, 스마트폰에 어떤 말이었는지를 띄워준다. 해당 앱은 아무나 다 설치할 순 없고 초청 방식으로 제공된다. 구글은 “사람은 말하는 방식, 언어를 구사하는 방법이 다 제각각”이라며 “사용자의 언어 습관과 발화 방식, 발음 등을 맞춤형 분석해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초청 설치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해당 앱은 현재 베타 서비스 중이다. 프로젝트 릴레이트 웹사이트에 대기 등록을 하면, 순서에 따라 초청 메시지를 받게 된다. 앱을 설치한 사용자는 구글 측이 제시한 500개의 문장을 읽어야 한다. 구글은 사용자가 읽은 문장을 통해 사용자의 언어 구사 방식을 분석해 맞춤형 설정을 한다. 이후 사용자가 말하면 이 앱이 사용자의 말을 분석해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돕는다. 이날 이 앱을 통해 기자들과 의사소통한 오브리 리 구글 브랜드 매니저이자 구글 장애연대 대표는 “이 기술을 통해 많은 장애인들이 더 많은 가능성을 갖게될 것”이라고 했다.

눈 움직임을 포착해 아이패드를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TD파일럿. /토비

◇눈 움직임 추적하고, 자동 자막 기능도

접근성 기술을 개발하고 공개하는 기업은 구글뿐만이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Seeing AI’를 개발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용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으로, 시각장애인이 해당 앱을 실행한 스마트폰 카메라로 사물을 비추면 이를 읽어준다. 각종 안내판에 쓰여있는 글자가 무엇인지 알려주고, 사람쪽으로 카메라를 갖다 대면 어떤 사람인지도 묘사한다. 얼굴 인식 기술도 적용됐다. 예컨대 “20대 안경을 쓴 여성이 행복해 보인다. 3미터 떨어져있다”고 알려주는 식이다.

애플은 시선추적회사인 토비와 협력해 최근 애플 아이패드에서 눈으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기능을 적용했다. 아이패드에 TD파일럿이라는 액세서리를 장착하면, 이 기기가 사용자의 눈 움직임을 추적한다. 천재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처럼 다른 신체는 움직이지 않고 눈의 움직임만으로 아이패드 앱을 구동하고, 이를 통해 음성을 만들어 의사소통 할 수 있는 것이다. 트위터는 작년 12월 청각장애인 사용자를 위해 모든 게시물에 자동 자막을 띄워주는 기능을 도입했다. 소리가 없어도 어떤 내용인지 파악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