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가 연말까지 134개에 달하는 국내 계열사 수를 100개 이하로 줄인다. 글로벌 매출 비율은 현재 10% 수준에서 3년 내로 30%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앞으로 계열사 간 상장 경쟁이나 임직원 주식 매도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여지가 있는 일은 컨트롤타워인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가 사전에 조율하기로 했다. 카카오 남궁훈 대표와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 공동 센터장을 맡은 김성수 이사회 의장, 홍은택 부회장은 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지속가능 성장 방안을 밝혔다.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논란과 경영진 주식 매도 사태 이후 논란을 수습하기 위해 사내이사 3인이 한꺼번에 공개 석상에 나섰다.
◇카카오 경영진 “계열사 30개 정리하겠다”
이날 카카오 경영진 3인이 발표한 성장 방안은 상생·신뢰 회복·글로벌 세 가지로 요약된다. 김성수 의장은 신뢰 경영에 대해 “지난 1월 임원 주식 매도 규정을 만들었고, 앞으로 윤리 관련 행동 규범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겠다”고 했다. 문어발 확장 지적을 받던 계열사 정리 방안도 밝혔다. 현재 국내 기준 134개 계열사 중 30~40개를 통⋅폐합해 연말까지 100개 이하로 줄인다는 것이다. 김 의장은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확실히 정해 핵심 사업에서 벗어난 계열사는 계속해서 정리하겠다”고 말했다. 현재 정리 중인 미용실 중개 서비스는 지분 정리 문제가 얽혀 있어 시간이 다소 소요될 예정이라고 김 의장은 밝혔다.
김 의장은 이른바 ‘쪼개기 상장’을 위한 “핵심 사업부의 분할도 계획에 없다”고 못 박았다. 김 의장은 “카카오는 매출 기여도가 높은 핵심 사업을 나중에 물적분할한 것이 아니다”라며 “카카오뱅크·페이·모빌리티는 신규 법인을 설립해 사업을 해왔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게임즈는 인수 후 빠르게 성장한 회사”라고 설명했다. 다음 상장 후보로 거론되는 카카오모빌리티와 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계획은 확정된 바 없으나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관점에서 살펴보겠다”고 했다.
카카오는 이날 3000억원 규모의 상생안도 발표했다. 홍은택 센터장은 “소상공인, 창작자, 택시기사 등을 돕는 상생 프로그램을 가동하겠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소상공인 1000억원, 디지털 콘텐츠 창작자 550억원, 공연예술 창작자 150억원, 택시 등 모빌리티 500억원, 스타트업 200억원, 지역사회와 장애인 60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기금은 목적에 맞게 각 계열사가 갹출하며, 앞으로 5년간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카카오는 핵심 상생안으로 소상공인의 디지털 전환과 홍보를 돕는 ‘소신상인’ 프로젝트도 공개했다.
글로벌 사업 전략은 메타버스와 웹툰·웹소설 등 콘텐츠 사업 중심으로 전개한다. 남궁훈 대표는 “비욘드 코리아, 비욘드 모바일 미션을 달성하기 위해 우선 메타버스 신사업을 개척해 글로벌 입지를 다지겠다”며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엔터와 협력해 시너지를 낼 방안을 수립 중”이라고 했다. 또한 북미·아시아·유럽으로 영역을 넓힌 웹툰·웹소설의 글로벌 거래액을 2024년까지 5000억원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은 “2024년 북미 웹툰·웹소설 1위 사업자가 목표”라고 했다.
◇카카오 컨트롤타워,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
김성수·홍은택 두 경영인을 축으로 한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는 앞으로 카카오 그룹의 리스크 관리와 계열사 간 협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본사와 계열사에서 법무·투자·대외·상생·ESG(환경·사회·지배구조) 업무를 보는 인력으로 구성됐다. 센터는 지난해 말 출범해 임직원 주식 매도 규정을 제정하고 지난달에는 카카오페이 신임 대표와 경영진이 주식 매도 차익을 반납하고 주식을 재매입하도록 권고했다.
하지만 센터 권한과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여전히 나온다. IT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옛 미래전략실, SK 수펙스와 달리 카카오 센터는 인사권·예산권 없이 권고만 하는 수준”이라며 “추후 여론이 잠잠해지면 계열사들이 다시 예전처럼 전혀 통제 안 되는 모습을 보일 가능성도 적지 않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