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완구 회사인 레고와 게임 포트나이트 개발사 에픽게임즈가 어린이용 메타버스 구축을 위해 손을 잡았다.

레고. /AFP 연합뉴스

에픽게임즈는 7일(현지시각) 어린이와 그 가족이 안전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메타버스를 만들기 위해 레고와 장기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닐스 크리스티안센 레고 CEO는 “어린이들은 현실 세계와 디지털 세상을 자연스럽게 오가며 노는 것을 즐긴다”며 “우리가 수 세대 동안 어린이가 안전하게 놀 수 있도록 지원한 것처럼 디지털 공간도 그렇게 만들 것”이라고 했다.

글로벌 기업들이 각자만의 메타버스 공간을 구축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메타버스는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한다. 아직 지배적인 메타버스 플랫폼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이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너도나도 메타버스 관련 사업을 강화하는 것이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메타버스 시장 규모는 2020년 4787억달러에서 2024년 7833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픽게임즈

◇어린이가 안전한 메타버스 설계

에픽게임즈와 레고는 어린이용 메타버스 개발의 3가지 원칙을 ▲어린이의 웰빙을 우선하고, ▲어린이의 사생활을 보호하며, ▲어린이와 성인 모두가 디지털 경험을 형성하는데 필요한 도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구체적 구축 계획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지금껏 다른 테크 기업이 추구하는 메타버스와는 달리 어린이의 안전을 최우선 순위에 둔 가상세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CEO는 “한 세기 동안 창조적 놀이를 통해 많은 이들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던 레고와 함께 어린이와 가족을 위한 메타버스 공간을 만들게 돼 기쁘다”고 했다.

테크 업계에선 레고와 에픽게임즈의 어린이용 메타버스 개발 추진을 메타버스 생태계가 확장되는 주요 순간으로 본다. 메타버스 관련 산업은 초창기라 메타버스 안에서의 사용자 행동 규범이나 관련 제도가 전무한 상태다. 메타버스 안에서 성추행 등이 난무한다는 조사도 있다. 메타버스에서 어른 사용자와 어린이 사용자가 섞이며 빚어지는 부작용이 클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어린이용 메타버스가 이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기대다.

테크 업계에선 레고와 에픽게임즈가 만드는 어린이용 메타버스가 단순히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에 국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본다. 블룸버그는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CEO는 사람들이 디지털 아바타로 상호작용하고 게임을 하거나 작업을 완료하는 몰입형 인터넷 버전의 메타버스를 지지해왔다”며 “이번 발표에서도 어린이용 메타버스를 ‘게임’이라는 단어로 설명하지 않았다”고 했다.

메타. /로이터 연합뉴스

◇페이스북은 메타버스용 가상 자산 추진

레고 뿐만 아니라 최근 글로벌 기업들은 메타버스의 실질적인 구축을 위해 다양한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현지시각) 메타(페이스북)가 자사 서비스와 구축 중인 메타버스에서 사용할 수 있는 가상 자산을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가상 자산은 메타 내부에서, CEO인 마크 저커버그의 이름을 따 ‘저크벅스(Zuck Bucks)’로 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과는 다른 개념으로 게임 로블록스의 게임머니인 로벅스와 유사한 형태일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예컨대 사용자가 저크벅스를 활용해 메타가 구축한 메타벅스 안에서 NFT(대체불가능토큰) 등을 구입하는 식이다. FT는 “메타가 이를 5월 중순쯤 시범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AR(증강현실) 게임인 ‘포켓몬 고’ 개발사인 나이앤틱은 작년 11월 증강현실 세계를 쉽게 구축할 수 있는 플랫폼인 ‘라이트십(Lightship)’을 출시했다.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주변을 비추면 주변 환경 모습과 그 심도 등을 측정해 실시간으로 지도로 만들어준다. 현실 세계와 증강현실로 만들어진 가상의 공간이 결합한 메타버스 형태다. 나이앤틱은 미래의 메타버스 모습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가 주장하는 것처럼 현실에서 완전히 벗어난 새로운 공간이 아니고, 실제 환경과 가상의 것이 결합된 형태일 것으로 본다.

디즈니.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기업인 디즈니도 메타버스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달 메타버스 전략을 이끌 임원을 뽑았고, “메타버스와의 결합은 디즈니의 미래에 대한 최우선 관심사”라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미래의 메타버스 세상이 영화 매트릭스 등에 나오는 것처럼 거대한 전 세계적 공동 사이버 공간이 아닌, 각 개발사마다 특색있는 여러 개의 메타버스가 혼재하는 상황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는 마크 저커버그의 주장과는 반대다. 작년 7월 마크 저커버그는 처음으로 페이스북의 미래 먹거리로 메타버스를 거론하면서, “사람들이 공동으로 상호작용하는 모든 것이 메타버스여야 한다”며 “각 회사마다의 자체 메타버스는 없어야 한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각 기업들이 메타버스를 구축하고 있지만 그 형태가 어떻게 진화할지는 예상하기 어렵다”며 “지배적인 메타버스가 나올 때까지 여러 개의 메타버스가 경쟁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