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천장을 찍고 추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OTT) 넷플릭스의 상황을 이렇게 평가했다. 넷플릭스는 이날 1분기 실적을 공개하며, 유료 가입자가 11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올 1분기 전 세계 넷플릭스 가입자는 작년 4분기보다 20만명 줄어든 2억2164만명으로 집계됐다. 2분기엔 가입자가 200만명 더 줄어들 것이라고 넷플릭스는 전망했다. 1분기에 넷플릭스 신규 가입자가 적어도 270만명은 될 것이라고 봤던 미 증권가는 예상치 못한 실적에 충격을 받았다. 넷플릭스 주가는 이날 시간 외 거래에서 25.7% 폭락했다. 다른 OTT업체인 디즈니(-4.3%), 로쿠(-6.2%),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3.4%) 주가도 시간 외 거래에서 동반 하락했다. 테크업계에선 급성장하던 OTT 서비스가 한계에 직면했다고 분석한다.

◇OTT 큰형님 넷플릭스 쇼크

넷플릭스는 1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9.8% 증가한 78억6800만달러(약 9조7500억원), 순이익은 6.4% 감소한 15억9700만달러(약 1조98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만 보면 미 증권가 예상치(79억3000만달러)를 약간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문제는 북미·유럽 등 세계 대부분 지역에서 진행된 가입자 감소였다. 1분기 미국과 캐나다에서 넷플릭스 가입자는 4분기보다 64만명 줄었다. 유럽과 중동, 아프리카 지역에선 31만명 감소했다. 라틴아메리카에선 35만명이 넷플릭스 구독을 중단했다. 넷플릭스는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러시아에서 서비스를 중단해 가입자 손실이 70만명에 달한 것도 큰 영향을 미쳤다”고 했다. 아시아에서만 가입자가 109만명 증가했다.

넷플릭스 가입자 감소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쟁탈전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글로벌 OTT 시장에서는 디즈니플러스·훌루·아마존프라임비디오·애플TV플러스 등이 각축전을 벌인다. 국내엔 웨이브, 티빙, 쿠팡플레이, 시즌 등이 있다. 사용자들은 원하는 콘텐츠를 보기 위해 OTT 서비스를 넘나들고 있다. 한 서비스만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콘텐츠에 따라 가입과 탈퇴를 반복하는 식이다. 미국 경제 매체 CNBC는 “넷플릭스는 시장점유율 확보를 위해 콘텐츠 제작에 투자를 늘리면서 동시에 서비스 가격도 올렸다”며 “이는 결국 가입자 손실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부담으로 사용자들이 불필요한 구독 서비스를 중단하고, 코로나 사태가 수그러들면서 외부 활동이 많아진 것도 원인이다. 넷플릭스는 “다른 가족이나 친구의 계정을 빌려 넷플릭스를 공짜로 사용하는 규모가 1억가구에 달한다”고 밝혔다.

◇살아남기 위해 TV처럼 변신 시도

성장 한계에 부딪힌 OTT업체들은 생존을 위한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이날 광고를 도입하는 대신 가격을 낮춘 요금제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넷플릭스는 광고가 사용자 경험에 악영향을 미친다며 도입을 주저해왔다. 리드 헤이스팅스 넷플릭스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실적 발표에서 “소비자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원하는 것을 얻는 대신 광고를 보도록 하는 것은 의미가 있다”고 했다. 디즈니도 지난달 광고가 삽입된 디즈니플러스 저가 구독 모델을 올 하반기 출시하겠다고 밝혔고, 아마존은 4월 초 광고 삽입형 무료 OTT인 ‘아마존 프리비’를 출시했다.

OTT업체들은 사용자들의 이탈을 막으려 드라마 콘텐츠를 TV처럼 주간 단위로 1편씩 올리는 방법도 시도하고 있다. 콘텐츠를 몰아 보지 못하게 해 가입자 발을 묶어 두겠다는 것이다. 애플TV플러스가 재일 한국인의 삶을 다룬 드라마 ‘파친코’를, 디즈니의 OTT 서비스인 훌루가 테라노스의 창업자이자 사기 행각을 벌인 혐의를 받는 엘리자베스 홈스의 이야기인 ‘더 드롭아웃’을 이런 방식으로 방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