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공약인 ‘가상화폐 전담기구’ 설립이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새 정부가 출범하더라도 현 정부 부처 체제를 당분간 유지해야 하는 데다 인수위원회 내부에서도 전담기구에 대해 신중론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블록체인 업계에서는 “2026년까지 국내 가상화폐 시장이 1000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지만 법·제도 미비로 산업 성숙도가 해외에 뒤처질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전담기구인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을 약속하고, 가상화폐 수익 비과세 등 코인 투자자 친화적인 공약을 내세운 바 있다. 하지만 지난 26일 열린 ‘차기 정부 디지털 자산 정책 우선순위는 어떻게’ 정책 포럼에 참석한 김형중 한국 핀테크학회장은 “가상자산 전담 차관급 부처로 윤 당선자가 공약한 디지털산업진흥청 설립 실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시계 제로에 가깝다”고 말했다.

현재 인수위 내부 경제1·2분과와 과학기술교육분과에서 가상화폐와 블록체인 관련 내용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인수위 안팎에서는 기획재정부와 금융위원회 출신들이 신중론을 펼치고 있어 인수위가 가상화폐 관련 국정 과제를 도출하는 데 주저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가상화폐 산업 진흥이 국정 과제에 들어간다 하더라도 본격 시행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전담기구, 자율규제 문제 등 기본법 제정을 위해 합의를 이뤄야 할 부분이 많은 데다, 2024년 총선까지는 여소야대 구도가 이어져 법 제정이나 부처 신설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가상화폐·블록체인 업계는 “정부 개편이 바로 이뤄지기 힘들다면 우선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주무 부처 역할을 해달라”는 입장이다. 블록체인 업계·학계 72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8.2%가 과기정통부를 가상화폐 전담 부서로 희망했다. 블록체인 기술과 생태계 조성을 하려면 규제보다는 산업 진흥 정책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