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은 지난 2월과 3월에 이어 이달 올 들어 세 번째 경력 채용 공고를 냈다. 다음 달 10일까지 경기 화성·기흥·평택, 충남 천안·온양 등에서 경력 2년 이상이나 박사 학위 보유자 등을 모집한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와 올해 2년 연속 5년 미만 경력자를 채용하는 ‘주니어탤런트’ 전형을 실시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경력이 길지 않은 반도체 인재를 우대하는 전형”이라고 했다. 두 기업 모두 극심한 반도체 인력난 때문에 연중 상시 채용, 주니어 채용 같은 궁여지책까지 동원해 인력 확보에 나선 것이다.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반도체 인력은 9만9285명(2020년 말 기준) 수준으로, 반도체 기술 개발과 생산 등에 필요한 고졸부터 석·박사급 인력 1621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지난해와 올해까지 반도체 인력 부족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특히 석사 이상 고급 반도체 인력이 부족하다”면서 “TSMC에는 대만 최고의 인재들이 몰리는데 한국은 고급 인력이 부족해 미래 반도체 경쟁력이 우려된다”고 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국내 반도체 장비·재료 기업들은 인력 유출에 떨고 있다. 국내 대기업들이나 외국계 기업들이 현재 연봉의 1.5~2배를 제시하며 고급 인재들을 데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황철성 서울대 석좌교수는 “외국 반도체 기업이 한국에 진출하는 등 국내 반도체 기업은 계속 늘고 있는데 인력풀은 한정적이라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다”고 했다.
반도체 인력난의 가장 큰 이유는 인력 양성 확대가 막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반도체업체들은 수도권 대학의 반도체 관련 학과 정원 증대를 법에 포함해줄 것을 요구했지만, 법안 논의 과정에서 제외됐다. 현행법상 수도권 대학은 ‘인구 집중 유발 시설’로 분류돼 있어 예외 적용이 불가하다는 논리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대만처럼 반도체에 한해선 정원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다”고 했다.
이 때문에 새 정부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반도체 인력 규제 ‘대못 뽑기’를 추진하고 있다. 인수위 과학기술교육분과는 이달 대학 반도체 학과 정원 규제 등을 풀어 고급 인재에 목마른 반도체 기업에 인력을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주로 학부생을 대상으로 설립한 채용 조건형 계약 학과를 석·박사 과정으로 확대할 계획도 내놨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환영할 만한 계획이지만 실제 정책으로 구현할 수 있을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