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가상화폐 루나와 자매 가상화폐 테라가 연일 폭락하면서 글로벌 가상화폐 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11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테라 코인이 폭락하면서 이미 한 차례 흔들린 가상화폐 시장이 금리인상 불안감까지 더해지자 무너지고 있다”면서 “겹악재 속에 비트코인 2만9000달러(약 3725만원) 선이 붕괴됐다”고 보도했다.
루나와 테라는 애플 엔지니어 출신인 권도형(31)씨가 설립한 블록체인 기업 ‘테라폼랩스’가 발행하는 가상화폐다. 루나코인은 지난달 119달러(약 15만2800원)까지 오르며 가상화폐 시가총액 10위권 안에 들었지만 최근 일주일 새 97% 폭락했다. 자매 코인인 테라도 가치가 반 토막 났다.
테라는 가격이 1달러에 연동되도록 설계된 코인이다. 이를 업계에서는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부른다. 테라는 발행 담보를 설정하는 대신, 차익거래 시스템을 통해 자매 코인 루나를 발행하거나 소각하는 방식으로 ‘1테라=1달러’ 가격을 유지해왔다. 테라 가격이 하락하면, 투자자들로부터 테라 코인을 예치 받아 연 최대 20% 이자를 지급했다.
업계에서는 “폰지사기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지만, 가상화폐 시황이 좋았던 작년에는 테라와 루나간 알고리즘이 잘 작동했다. 담보 없이도 두 코인의 연동이 잘 이뤄졌고, 루나 코인 시세는 계속 상승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비트코인이 약세를 보이면서 가상화폐 시장 분위기가 안 좋아졌고, 결국 테라 시세가 1달러 밑으로 떨어지고 말았다. 자매 코인인 루나 가격도 덩달아 하락했는데, 이 과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두 코인의 폭락을 촉발한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테라와 루나 모델은 이 가상화폐를 지원하는 사람들의 집단적 의지에만 의존하기 때문에 비판을 받아왔다”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 매체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11일 “죽음의 소용돌이(death spiral) 현상을 피하지 못하면서 테라가 폭락하고 루나도 97% 추락했다”고 보도. 블룸버그 통신도 “테라는 디파이(탈중앙화 금융) 세계에서 애정의 대상이었으나 죽음의 소용돌이로 향하고 있다”고 전했다. 포브스 등 일부 외신은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와 비교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