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최근 생활가전·TV·전장 등 핵심 사업부 곳곳에 있던 ‘상품기획’ 조직 명칭을 모두 ‘CX’로 바꾼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CX는 고객 경험(Customer Experience)을 뜻한다. “고객은 제품이 아니라 경험을 구매한다”며 ‘고객 경험’에 드라이브를 건 조주완 CEO(최고경영자)의 뜻에 따라, 수십 년 된 부서명까지 바꾼 것이다.
‘상품기획’은 LG뿐 아니라 각 기업들의 핵심 먹거리를 책임지는 전통이 깊은 조직이다. 시장 트렌드를 면밀히 파악해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기획하고, 유통과 가격 책정·마케팅 방향까지 책임지는 핵심 부서다. 이번 조치에 따라 LG전자에서 수십 년째 이어져 온 각 사업부의 ‘상품기획 담당’ ‘상품기획실’은 일제히 ‘CX 담당’ ‘CX실’로 이름이 바뀌었다.
지난 3월 제품군별로 흩어져 있던 마케팅 조직을 한국영업본부 산하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그룹’으로 통합한 것도 제품별로 따로 일하지 말고, 각자 보유한 고객들의 빅데이터를 합쳐 고객 경험 향상을 위한 시너지를 내보자는 취지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가전 업그레이드 아이디어를 고객들로부터 직접 듣고 있는데, 현재까지 2000개가 넘는 아이디어가 모였다”고 했다.
‘X’가 화두인 것은 삼성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TV·가전 등 각종 완제품(세트) 사업을 통합해 DX(Device Experience) 부문을 출범시켰다. 스마트폰을 담당하는 무선사업부 명칭도 26년 만에 MX(Mobile Experience)로 변경했다. 대표이사인 한종희 부회장이 ‘고객 경험’을 강조하면서 생긴 변화다.
‘X(경험)’가 주목받는 것은 주력 소비층인 MZ세대의 성향과 관계가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이젠 고객들이 각 제품의 기능보다는 해당 기업이 총체적으로 제공하는 경험에 지갑을 연다”며 “이를 통해 고객을 꽉 붙들어두는 ‘록인(lock-in) 효과’를 만드는 것이 업계의 화두”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