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고베에 있는 가와사키중공업의 생산 공장에서 작업 중이던 한 산업용 로봇이 평상시와 다르게 움직이자, 공장 내부를 똑같이 복사한 가와사키의 디지털트윈(디지털로 실제와 똑같이 구현된 공간)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공장에서 작동 중이던 로봇팔의 흡입력이 약하다는 경고문이 떴다. 공장에 있는 직원은 VR 기기인 홀로렌즈를 끼고 기계 앞에 가서 멀리 원격에서 기술자가 내리는 지시에 따라 기계를 점검한다. 가와사키중공업 기술개발 본부 아유미 기시다씨는 “메타버스를 통해 이전까지는 쉽게 발견하지 못한 문제들을 빠르게 발견하고 점검할 수 있다”고 했다.
이는 24일(현지시각) 마이크로소프트(MS)가 연례개발자 대회인 ‘빌드’에서 공개한 메타버스 적용 사례다. MS는 이날 가와사키중공업이 MS의 산업용 메타버스의 새로운 고객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MS는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와 VR 기기인 홀로렌즈, 혼합현실 플랫폼인 메시를 통해 산업용 메타버스 솔루션을 확대하고 있다고 했다. CNBC는 “산업 현장에서 메타버스는 생각보다 빨리 적용될 수 있다”고 했다.
◇의료, 제조, 교육 분야에 확대되는 메타버스
마이크로소프트는 화상회의 툴인 팀즈와 혼합현실 플랫폼인 메시를 통해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팀즈를 통해 발표자가 실제 집 안에서도 새로운 3차원 공간에서 발표를 하는 것처럼 보여주고, 메타버스 공간에 아바타가 모여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메타버스는 교육 측면에도 활용된다. 현재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 중인 세계경제포럼에는 1조그루의 나무가 있는 메타버스 숲에서 환경 관련 논의가 진행됐는데, 이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메시로 구현된 것이다.
MS는 이를 넘어 산업용 메타버스 확장에 집중하고 있다. 이는 일반 사용자용 메타버스를 개발하는 메타(페이스북)과는 다른 접근법인데, 적용 측면에서 MS의 산업용 메타버스가 훨씬 더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MS는 벨기에의 맥주 제조회사인 앤하이저부시 인베브(ABInBev), 덴마크의 제약회사 노보노르딕, 영국의 소매업체 마크스앤스펜서가 사용 중인 산업용 메타버스의 모습을 공개했다. 현실 세계와 3차원 가상세계인 메타버스가 혼합돼 제조 과정과 기계의 점검, 매장 관리 등을 한층 쉽고 편리하게 할 수 있다. 하인즈는 올 초 케첩 공장에서 MS의 산업용 메타버스를 사용할 것이라고 발표했고, 보잉도 비행기 제조에 MS의 기술을 사용 중이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지난 2년간 메타버스가 게임 속 커뮤니티와 사람간의 연결을 강화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이제 우리는 메타버스가 원격 의료, 원격 수리 및 점검, 디자인·교육 협업에 활용된 사례를 목격하고 있다.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인도 이틀 만에 웹 서비스 만들 수 있는 기능 공개
MS는 이날 메타버스 외에도 개발자를 위한 총 10가지의 기능 업데이트를 공개했다. 일반인 관점에서 눈에 띄는 것은 ‘로우코드·노코드’ 기능이다.
MS는 코딩을 하지 못해도 쉽게 웹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로우코드 웹사이트 개발 도구인 ‘파워 페이지스’를 공개했다. MS가 제공하는 템플릿 중 하나를 선택하면 글꼴이나 기본 바탕 이미지, 디자인과 구성 등이 자동으로 입력된다.
PDF 파일이나 직접 손으로 그린 디자인을 업로드하면 이 디자인이 웹 페이지에 바로 적용이 된다. 우크라이나 난민들을 돕기 위해 MS의 파워 페이지스를 통해 인터넷 사이트를 만든 폴란드인 에르고는 “코딩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이틀 만에 사이트를 만들었다”고 했다.
한편 MS는 외부 프로그램도 윈도11에서 위젯으로 띄워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공개했고, PC를 교체했을 때 이전 PC에서 쓰던 앱들이 클라우드와 연동돼 새로운 PC에 자동으로 설치되는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 앱 복원 기능’도 소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