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릴 샌드버그 메타 COO. /AFP 연합뉴스

메타(페이스북)의 2인자이자 성공한 여성 경영인의 대명사였던 셰릴 샌드버그가 14년간 맡았던 메타의 최고운영책임자(COO) 자리에서 물러난다.

셰릴 샌드버그는 1일(현지시각)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크 저커버그와의 첫만남, 여성 경영인으로서의 어려움, 메타의 동료들에 대한 감사의 말을 담은 긴 입장문을 올리고, “14년간 마크 저커버그의 옆 자리에 앉았던 것은 명예이자 특권이었다”고 했다.

샌드버그는 “2008년 페이스북에서 일을 시작할 때 5년간만 일하기를 원했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이 내 인생의 다음 장을 쓸 때”라며 “내 재단과 자선사업에 더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올 여름 약혼자인 마케팅 컨설팅 업체 대표 톰 번탈과 결혼해 5명의 자녀로 구성된 대가족을 갖게 된다”며 “몇 달 간 업무 인계를 한 후 올 가을 회사를 떠날 계획”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메타 이사회에 남아 경영 조언은 지속하기로 했다.

셰릴 샌드버그와 마크 저커버그. /AFP 연합뉴스

◇페이스북 흑자 전환시킨 수퍼 2인자

셰릴 샌드버그는 아이 2명을 가진 워킹맘으로 수익 모델이 없던 페이스북에 광고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리에 도입하고 페이스북을 흑자 기업으로 전환한 당사자다.

1969년 미 워싱턴 D.C.에서 소련계 유대인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그는 1991년 하버드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하버드 경영대 MBA를 땄고 맥킨지에서 컨설턴트로 일했다. 미 클린턴 행정부 당시 래리 서머스 미국 재무장관 보좌역을 맡았고 2001년 구글에 입사했다. 8년만에 구글의 글로벌 온라인 광고와 퍼블리싱 담당 부사장에 올랐고 2007년 12월 한 크리스마스 파티에서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를 만났다. 샌드버그는 저커버그와의 첫만남을 이렇게 묘사했다. “사람들이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 위해 그들의 진짜 모습을 온라인에 올릴 것이라는 저커버그의 믿음은 너무나 매혹적이었다. 우리는 문 옆에 서서 파티 내내 이야기를 했다.”

구글에서도 잘 나가던 샌드버그는 마크 저커버그의 끈질긴 구애를 받아 2008년 3월 페이스북 COO(최고운영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샌드버그는 중소기업과 자영업자들의 온라인 광고를 도입해 적자에 허덕이던 페이스북을 흑자로 전환시켰다. 세일즈·마케팅·신사업·인력관리 등 페이스북의 경영 전반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다. 테크 업계에선 “저커버그가 혁신가라면 샌드버그는 뛰어난 실행가”라는 평가를 내린다. 마크 저커버그는 평소 샌드버그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높은 EQ와 높은 IQ가 조화를 이룬 인물”이라고 했다.

샌드버그는 이날 사임 의사를 밝히며, “페이스북에 조인하면서, 저커버그의 옆자리에 앉는 것, 매주 저커버그와 일대일로 만나는 것, 그 모임에서 저커버그가 솔직한 피드백을 주는 것 등 3가지를 부탁했고, 저커버그는 지금껏 이 약속을 지켰다”며 “우리는 함께 성장했다”고 했다.

2015년 페이스북 본사가 있는 미 캘리포니아 멘로파크 행사장에 선 샌드버그. /AFP 연합뉴스

◇워킹맘의 롤모델

셰릴 샌드버그는 워킹맘의 롤모델이자 성공한 여성 경영인의 표본이었다. 그는 매일 오후 5시 30분 두 아이를 챙기기 위해 사무실을 떠나고, 아이들이 잠을 잔 후 다시 업무를 재개했다. 샌드버그는 “페이스북에 입사했을 때 2살 된 아들과 6개월 된 딸이 있었다”며 “주변에서 여성은 리더이자 좋은 엄마가 동시에 될 순 없다고 했지만 난 시도해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는 2013년 ‘린 인(Lean In)’이라는 책을 통해 도전적이고 진취적인 여성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2015년 5월엔 휴가 중 남편이 급성 심장부정맥으로 사망했고, 이러한 고통과 극복의 이야기를 담은 ‘옵션B’를 2017년 출간했다.

여성의 사회적 활동을 지원하는데도 힘썼다. 2016년 셰릴 샌드버그&데이브 골드버그 재단을 설립했고, 여성의 사회활동 지원, 빈곤 퇴치, 교육 지원 등에 1000억원 이상의 돈을 기부했다. 그는 “저커버그의 지원을 받아 직장에서 여성들이 직면하는 어려움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었다”고 했다.

◇저커버그 “새 2인자는 없다”

샌드버그가 메타를 떠나면서 메타는 커다란 조직 구조 변화에 휩싸일 전망이다. 그만큼 샌드버그의 빈자리가 크다. 마크 저커버그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 시대가 끝났다. 우리는 함께 광고 비즈니스를 만들었고, 뛰어난 사람들을 채용했으며, 기업 문화를 만들었다. 그는 나에게 회사를 운영하는 법을 가르쳐줬다”고 했다. 저커버그는 또 “샌드버그의 자리를 단순히 다른 사람으로 대체할 계획은 없다”며 “그는 COO의 역할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정의한 수퍼스타이기에 그것이 가능하다고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새로운 2인자를 세우지는 않겠다는 뜻이다.

저커버그는 메타의 COO 자리에 현 최고성장책임자(CGO)인 하비에르 올리반을 앉힐 계획이다. 그는 “올리반은 실적을 바탕으로 내부 및 운영 부문에 집중하는 전통적 COO 역할을 할 것”이라며 “이제 메타는 각 서비스와 제품이 개별적으로 운영되는 것을 넘어, 각 서비스가 더 밀접하게 통합되는 것이 합리적인 시점에 도달했다”고 했다.

테크 업계에선 샌드버그의 퇴장이 최근 메타버스로 비즈니스를 확장하려는 메타의 움직임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기존 SNS 업체를 벗어나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으로 나아가면서 SNS 기업을 성공시킨 샌드버그가 퇴장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것이다. 특히 메타가 최근 사용자들의 개인정보 보호 미흡, 가짜뉴스 등 유해 콘텐츠 관리 부족 등에 대한 비난을 받으면서 회사 운영을 총괄했던 샌드버그의 영향력이 많이 약화됐고, 사임으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샌드버그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사임의 이유가 메타에 대한 규제나 광고 비즈니스 둔화 때문은 아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