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 말 프랑스 파리 인근 퐁투아즈 비행장에선 독일 PAV(개인 항공기) 업체 볼로콥터가 2인승 에어택시에 실제 사람을 태우고 50~70m 상공을 나는 시험 비행을 진행했다. 단거리 전용인 볼로콥터의 에어택시는 장착된 18개의 회전 날개를 이용해 수직 이착륙이 가능하고, 최대 속도를 시속 110km까지 낼 수 있다고 한다. 앞서 지난해 6월 무인 원격 조종을 통해 30m 상공을 약 1㎞ 정도 나는 모습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실제 사람을 태우고 소음 측정 테스트까지 실시했다. 현재 프랑스는 오는 2024년 파리올림픽 때 에어택시로 불리는 UAM(도심항공교통) 운항을 계획 중이다. 볼로콥터는 파리올림픽에 맞춰 현지 기업들이 주축인 RE인베스트 컨소시엄과 에어택시 상용화를 준비 중인 업체 중 하나다.

지난달 26일(현지 시각) 미국 PAV 업체인 조비 에비에이션(이하 조비)이 미국 연방항공국(FAA)으로부터 에어택시의 상업적 운영을 허가하는 항공운송업자 인증을 받았다. 미국 내에서 에어택시 서비스 상용화를 위해선 모두 3개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조비가 첫 관문을 먼저 통과한 셈이다. 수직 이착륙기 분야에서 ‘선두주자’인 조비는 한번 충전으로 241㎞의 거리를 날 수 있는 5인승 에어택시 모델을 개발한 상태다. 업계에선 “조비의 이번 FAA 인증은 올 연말이나 내년 초쯤 나올 것으로 당초 예상됐던 것”이라며 “미국도 UAM 상용화를 서두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나온다.

◇생태계 만들기 위한 ‘합종연횡’

차세대 모빌리티 산업을 뒤바꿀 UAM의 개발과 상용화 경쟁이 점점 달아오르고 있다. 중국에선 지리자동차가 2024년 볼로콥터와 협업해 UAM 서비스 상용화를 준비 중이고, 일본은 오는 2025년 일본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EXPO) 때 에어택시가 관람객들을 실어 나르게 한다는 계획이다. 우리나라는 UAM 상용화 시점을 2025년으로 잡고 있다. 많은 국가가 상용화 목표 시점을 2024~2025년으로 정하자, 업계에선 “2030년쯤이면 UAM이 보편화될 것”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글로벌 UAM 시장 규모는 2020년 70억 달러에서 2040년 1조4740억 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UAM은 전 세계적으로 3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UAM은 도심 교통 문제를 획기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물론, 동력원이 전기여서 탄소 배출 문제에도 대안이 될 수 있다. 더 나아가 UAM은 관련 생태계를 만드는 파급력 때문에 더욱 관심을 받는다. 비행체 간 충돌을 방지하고 안정적 운행이 가능하려면 고도의 통신망과 관제시스템이 구축돼야 하는 것은 물론, 이착륙할 수 있는 포트들이 도심 곳곳에 건설돼야 한다. 이외에도 자율주행, 연료전지, 운항 서비스 등 다양한 산업의 협력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UAM 생태계 구축을 위해 서로 다른 업종의 기업들이 합종연횡하며 협업하는 사례들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각개전투보다 연합전선을 형성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가령, 조비는 미국뿐 아니라 세계 각국 기업과 각각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미국에선 우버와 나사(미 항공우주국), 일본에선 자동차기업인 도요타, 한국에선 통신사인 SK텔레콤과 손을 잡은 상태다. SK텔레콤의 경우, 조비와의 협력 관계 외에도 한화시스템, 한국공항공사,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국토정보공사와 함께 UAM 컨소시엄을 꾸리고 국토교통부가 진행 중인 ‘한국형 도심항공교통 그랜드챌린지(K-UAM 그랜드챌린지)’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LG유플러스, 카카오모빌리티, GS칼텍스, 제주항공, 파블로항공 등은 영국의 PAV 업체인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현대자동차와 KT, 대한항공, 인천국제공항공사, 현대건설 등도 함께 컨소시엄을 꾸렸다. 이 컨소시엄은 현대차그룹이 보유한 제조·건설 역량과 대한항공의 운항 노하우 등이 장점으로 꼽힌다.

◇소음·안전 불안감 해소 필요

UAM이 보편적인 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려면 상용화 시점뿐 아니라 ‘안전’과 ‘소음’을 둘러싼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앞서 한국교통연구원이 2019년 인천공항 출국자들을 대상으로 ‘에어택시 서비스 이용 의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0%(163명)는 “절대 이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가장 많은 이유가 “위험할 것 같아서”(40%)였다. 또 이용 의향이 있다고 밝힌 응답자 중 73.5%, 비이용 의향 응답자 중 65%가 에어택시 이용 시 가장 우려되는 점으로 ‘안전성’을 들었다. 일반 소비자들의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다.

전기 배터리로 작동하는 UAM은 내연기관으로 움직이는 헬리콥터와 달리 소음이 적은 편이다. 헬리콥터 비행 시 소음이 80㏈(데시벨) 정도인데 UAM은 비행 시 60㏈ 이하를 목표로 한다. 하지만 UAM은 도심에서 활동하는 만큼 언제든 소음 관련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 특히 이착륙을 위해 지상과 근접 비행을 할 때가 더 그렇다. 상용화 전 근접 시 주변 건물과의 적합한 거리 등을 제대로 파악해 기준을 먼저 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