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A 연합뉴스

유럽연합(EU)이 2024년 가을까지 유럽 내 모든 휴대전화와 태블릿, 카메라 등 휴대기기의 충전단자를 ‘USB-C’ 타입으로 통일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7일(현지시각) 로이터에 따르면 EU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무선 기기 지침’ 개정안에 임시 합의했다. 지난 4월 EU는 이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했는데 반발없이 처리된 것이다.

이 합의는 유럽의회와 EU 회원국의 공식 승인을 거쳐 실시될 예정이다. 새 규정에 따르면 제조사들은 2024년 가을까지 휴대전화, 태블릿, 전자책 단말기, 디지털카메라, 헤드폰, 헤드셋 등 다양한 IT 기기에 USB-C 타입 충전단자를 마련해야 한다. 노트북은 규정 발효 후 40개월 안에 이를 충족해야 한다.

유럽의회는 이 규정이 충전기 재활용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한다. 현재 유럽서 폐기되거나 미사용된 충전기는 매년 1만1000톤에 달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이는 편의성을 높이고 낭비를 줄이는 중요한 단계”라며 “유럽의 소비자들이 연간 최대 2억5000만유로(3354억원)를 절약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 규정은 애플에 직격탄이다. 애플은 아이폰에 자체 개발한 일자 형태의 라이트닝 충전단자를 사용한다. 애플은 2012년부터 라이트닝 단자를 자사 제품에 적용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포함해 다른 소형 전자기기 대부분에 USB-C 타입이 적용되며 C타입이 사실상 세계 표준 충전 단자로 자리 잡았지만 애플은 라이트닝을 버리지 않았다.

애플의 라이트닝 충전 케이블. /로이터 연합뉴스

맥북과 아이패드 일부 모델에만 USB-C 단자가 적용됐고, 아이폰과 에어팟, 애플 키보드와 마우스 등엔 여전히 라이트닝 단자가 쓰인다. 애플이 이를 고수하는 이유는 라이트닝이라는 독자 규격을 사용하면서 얻는 부수익이 쏠쏠하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업체들이 아이폰용 충전기와 충전케이블을 만들어 팔기 위해선 애플에 라이선스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작년 애플의 전체 매출 중 유럽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24%에 달한다. 규정이 시행되면 큰 시장을 잃지 않기 위해서라도 애플도 라이트닝 대신 USB-C 단자를 탑재해야 한다.

애플도 이에 대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지난달 15일 애플이 USB-C 충전단자를 적용한 아이폰을 테스트하고 있고, 기존 라이트닝 단자를 쓰는 모델과의 호환성을 위해 어댑터를 준비 중이라고 보도했다. 한편 애플이 충전단자 대신 무선 충전 방식을 대규모로 적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