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2위 업체 티빙은 지난 1일 미국 비아컴CBS의 OTT인 패러마운트 플러스의 일부 작품을 공개했다. 16일부턴 티빙 안에 패러마운트 플러스의 작품을 따로 모아 보여주는 브랜드관을 만들고 두 회사 공동으로 콘텐츠 투자에도 나선다. 한국을 겨냥한 독자 플랫폼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던 패러마운트 플러스가 경쟁사가 될 뻔한 티빙과 손잡고 한국에 진출하는 것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 특수가 끝나고 업체 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 상황에서 티빙은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하고 후발주자인 패러마운트 플러스는 좀 더 효율적으로 한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손을 잡은 것”이라고 했다.

OTT를 포함한 각종 온라인 플랫폼 업계에서 생존을 위한 ‘적과의 동침’이 확산되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수혜를 본 플랫폼 시장의 거품이 꺼지고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진 탓이다. 업계 선두권에 들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이 퍼지면서 경쟁 플랫폼과 제휴·통합을 하면서 덩치 키우기에 나선 것이다.

오는 16일부터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티빙이 해외 OTT 파라마운트 플러스의 브랜드관을 연다. 플랫폼 안에 플랫폼이 들어가는 셈이다. 파라마운트 플러스는 직접 한국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티빙과 손잡고 한국에 콘텐츠를 선보인다.

◇플랫폼 안 플랫폼으로 덩치 키워

경쟁자 간 협력이 가장 활발한 분야는 코로나 기간 동안 구독자가 급증하며 업체가 우후죽순 늘어난 OTT 시장이다. 토종과 해외 OTT를 막론하고 엔데믹과 함께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7일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1위 업체 웨이브의 월별 이용자 수는 433만명으로, 올해 1월(492만명)과 비교해 12% 줄었다. 2위 티빙의 월별 이용자 수도 8% 감소했다. 같은 기간 쿠팡플레이와 KT 시즌은 각각 18%, 12%씩 줄었다. 이들은 국내외 경쟁자와의 합종연횡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티빙은 미국 패러마운트 플러스와의 제휴뿐만 아니라, KT의 OTT인 시즌과 플랫폼 통합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미국 워너미디어의 OTT HBO맥스와 콘텐츠 독점 제공 계약을 맺은 웨이브는 올해도 재계약을 추진하고 있다. HBO맥스는 한국 내 구인 공고까지 내면서 시장 진출을 예고했지만 결국 웨이브와 제휴를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콘텐츠 제작 관계자는 “디즈니플러스와 애플TV가 한국에서 고전하고 있는 데다가 국내 OTT끼리 출혈 경쟁을 하는 것을 보고 계획을 바꾼 것 같다”고 했다.

◇경쟁사에 투자도 불사

엔터테인먼트 기업들도 네이버 등 다른 플랫폼 기업과 데이터·기술을 공유하기 위해 손을 잡았다. BTS 소속사인 하이브의 플랫폼 위버스는 지난 3월 연예인들의 공연 영상이나 일상을 소개하는 네이버 브이라이브와 통합했다. 지난해 월간 이용자 수가 3000만명에 달한 브이라이브가 위버스와 합쳐지면서 통합 월간 이용자 수가 450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는 “위버스가 브이라이브와 치열하게 다투는 대신 통합으로 시너지를 내는 방식을 택했다. 팬층을 겨냥한 팬덤 플팻폼의 강자끼리 만나면서 세계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공고히 다졌다”고 평가했다. NC소프트가 내놓은 팬 플랫폼 유니버스도 지난해부터 카카오의 음원 플랫폼 멜론과 플랫폼 연동을 시작했다.

이커머스 시장에서는 올 들어 경쟁 관계인 중고 플랫폼 간 투자가 잇따르고 있다. 번개장터는 중고 골프용품 플랫폼인 에스브릿지와 빈티지 의류 편집숍인 마켓인유에, 중고나라는 유아동 의류를 중고 거래하는 코너마켓과 자전거를 위탁 거래하는 라이트브라더스에 각각 투자했다. 투자 대상이 된 플랫폼들은 특정 상품군만 취급하는 틈새 업체들이지만, 번개장터와 중고나라의 매출을 위협하는 경쟁사다. 이커머스 관계자는 “경쟁 플랫폼의 전문성을 인정하고 시너지를 내려는 차원의 투자”라며 “플랫폼은 너무 많아졌는데 수요는 더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경쟁자와 다 맞서 싸울 수가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