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상시 음성채팅 연결을 조건으로 전면 원격 근무를 도입하려던 카카오가 직원 반발에 결국 근무제도를 대폭 손보기로 했습니다. 카카오는 지난 8일 사내 공지를 통해 음성채팅 연결과 주 1회 대면 회의를 ‘의무’에서 ‘권장’으로 바꿨습니다. 여기에 더해 집중근무시간도 1시간 단축하고, 격주로 금요일에 쉬는 ‘놀금’ 제도 도입까지 검토하고 나섰습니다.
카카오는 지난달 30일 ‘메타버스 근무제’라는 새 근무 방식을 발표했습니다. 사무실로 출근하는 대신, 장소와 상관없이 온라인으로 동료들과 연결돼 업무를 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근무는 어디서 해도 상관 없지만 음성채팅 프로그램에 상시 연결돼 있어야 하고, 팀마다 필수적으로 주 1회 대면 회의를 하도록 했습니다. 또 오후 1시부터 5시까지는 무조건 근무해야 하는 집중근무시간도 지정했습니다. 카카오 그룹의 컨트롤타워인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에 설치한 TF(태스크포스)팀이 만든 안이었습니다.
하지만 발표 직후 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왔습니다. 특히 음성채팅 연결에는 “서로 감시하는 것이냐” “5분 대기조냐”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판교 새 사옥에 들어서기로 한 구내식당 설치가 보류되고, 집중근무제도가 생긴 것에도 불만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카카오의 새 근무제도는 타사와 비교해도 진일보한 방식이었습니다. IT 업계 트렌드가 전원 출근 또는 최소 주 3회 출근으로 넘어가고 있는 와중에 전면 원격근무를 선택한 것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결국 ‘선택’과 ‘소통’이 부족했다는 지적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쟁사 네이버가 별다른 진통 없이 ‘주 3회 출근’과 ‘전면 재택’을 병행하는 방안을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두 차례에 걸쳐 전 직원에게 선호 근무제를 미리 조사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한 차례 홍역을 치른 이후 카카오 남궁훈 대표는 새 근무제 발표 다음 날 곧바로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고, 이후 직원들과 게시판을 통해 직접 의견을 나누며 8일 만에 보완책을 내놓은 것입니다. 코로나 2년간 재택근무를 하면서 근무 환경에 대한 눈높이가 한층 높아진 직원들과, 비대면 특수가 사라져 가는 상황에서 업무 생산성을 높이려는 경영진 간 줄다리기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