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베이징의 애플스토어에 전시된 아이폰13. /로이터 연합뉴스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 일반 모델엔 구형 모델에 들어간 칩을 넣고, 고가 모델엔 새로운 칩을 탑재하며 ‘급나누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는 3일(현지시각) 애플이 올 가을 출시할 신제품 아이폰14에 아이폰13에 사용했던 칩인 A15바이오닉을 또 탑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이 새로 출시하는 모델에 전년 모델에 탑재된 칩을 재사용하는 건 처음 있는 일이다. 대신 애플은 고가모델인 아이폰14프로와 14프로맥스에는 새로운 칩인 A16바이오닉을 적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테크 업계에선 애플의 A15바이오닉 칩의 성능이 경쟁사의 동급 칩보다 성능이 좋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고가 모델과 일반 모델에 다른 칩을 탑재하는 것은 여러가지를 의미한다고 본다. 블룸버그는 “애플은 현재 M1·M2를 중심으로 하는 컴퓨터 맥용 칩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며 “아이폰 프로세서에 대한 성능 향상은 최근 몇 년 간 둔화됐다”고 했다. A15칩과 A16칩의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업계는 애플의 칩 개발 속도가 늦어지고, 모델에 다른 칩을 넣으며 급나누기를 하는 이유로 크게 3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엔지니어 부족이다. 미 실리콘밸리에서도 애플의 칩 엔지니어 업무는 매우 힘든 것으로 알려졌다. 부여되는 업무 대비 인력이 매우 타이트하다고 한다. 블룸버그는 “애플 칩 개발은 지속 성장했지만 최근 몇년간 많은 엔지니어가 퇴사했다”고 했다.

두번째는 TSMC와의 관계다. 애플은 칩을 설계해 대만의 파운드리 업체인 TSMC에 생산을 맡긴다. 하지만 현재 TSMC엔 글로벌 테크 기업들의 주문이 밀려든 상태다. 애플이 TSMC와 오랜 파트너십 관계를 구축하며 TSMC의 제1고객으로 분류되지만, 예전만큼 대량의 물량을 주문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란 분석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이는 애플의 칩 개발 속도에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했다.

셋째는 비용 관리 측면이다. 신형 A16칩은 기존 칩보다 개발 비용 등이 포함돼 비싸다. A15칩과 A16칩의 성능이 그렇게 많이 차이나지 않은 상태에서 비싼 신제품 칩을 모든 모델에 탑재할 경우 제품 가격이 올라가며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는 인플레이션 등으로 전 세계인이 소비를 줄이는 상황에서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결국 애플은 아이폰14 모델엔 기존 A15칩을 탑재해 가격을 유지하고, 고가 모델인 14프로와 14프로맥스엔 새 칩을 넣어 가격을 인상하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주면서, 가격 인상에 따른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