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장에 설치된 카메라가 골퍼의 스윙 모습, 볼의 궤적과 높이 등을 촬영 분석하는 골프존카운티의‘에어모션’서비스 화면. /골프존카운티

골프장 운영·관리 전문기업 골프존카운티는 지난 5월 충남 천안의 한 골프장에 레이더 센서와 초고화질 카메라가 탑재된 ‘에어모션’이란 기기를 설치했다. 골퍼가 티샷을 하면 이를 전·후·측면에서 촬영해, 볼의 궤적뿐 아니라 스윙 동작까지 슬로모션으로 분석해 카카오톡으로 보내준다. 현재 국내 16곳의 골프장에 총 240대를 설치했다. 이런 분석은 원래 프로 선수들 경기에나 적용됐던 것이지만, 첨단 IT(정보기술)를 동원해 ‘주말 골퍼’ 플레이까지 정교하게 분석해주기 시작한 것이다. 경기도 안성의 골프장 두 곳에선 파3홀에 설치된 카메라가 경기 내용을 모두 촬영하고, AI(인공지능)가 이를 자동 편집해 고객에게 한 편의 동영상으로 제공해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 회사 측은 “AI가 전체 영상 중에 각 플레이어의 티샷·퍼팅 동작을 구분해 편집하고, 그린 위의 공 움직임도 알아서 포착해 확대 편집한다”고 했다.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64만명. 인구 10명당 1명꼴로 골프 대중화 시대에 접어들며 골프장에 AI·드론·로봇 등 각종 첨단 기술이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한국은 유행이 빠르고, 신기술에 대한 수용도가 높아 실시간 핀 위치 확인, 로봇 캐디, 드론 코스 관리 등 세계에서 보기 드문 각종 IT 서비스들이 쏟아져 나오는 것이다.

◇골퍼 560만, 골프장으로 들어온 첨단 IT

국내 골프용 거리측정기 1위 업체인 브이씨는 전국 250개 골프장에서 매번 달라지는 ‘핀(pin)’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알려주는 기술을 제공 중이다. 골프워치 등 각종 기기를 통해 현 위치에서 핀까지 거리를 알려주는데, 문제는 골프장에서 하루에도 몇 번씩 핀 위치를 계속 바꾼다는 것이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이 회사는 핀의 깃대에 GPS(위성위치시스템)를 탑재한 사물인터넷(IoT) 장비를 달았다. 총 6000여 개 깃대에 설치한 빨간색 ‘보이스캐디 박스’가 실시간으로 핀 위치를 업데이트해, 골퍼들에게 정보를 제공한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GPS를 통한 핀 위치 정확도는 3m 이내인데, 골프는 정교한 스포츠인 만큼 통신 업체들과 협업해 연내 이를 수㎝ 수준까지 높일 계획”이라고 했다.

벤처기업 티티엔지가 만든‘헬로캐디’로봇이 골프채를 싣고 골퍼 뒤를‘자율 주행 모드’로 따라가고 있다. /티티엔지

경기보조원인 캐디(caddie)도 로봇이 등장했다. 바퀴 달린 로봇이 자율 주행 기능을 바탕으로 골퍼의 뒤를 졸졸 따르고, GPS 기능으로 현 위치를 정확히 파악해 디스플레이와 음성을 통해 코스 지도와 공략법, 홀까지 거리 등을 알려주는 것이다. 로봇 캐디들은 무선으로 통신하며, 앞 팀과 안전 거리를 알려주기도 한다. 2014년 창업한 스타트업 티티엔지가 개발한 로봇 ‘헬로캐디’는 현재 코오롱가든CC, 육군체력단련장, 고창CC 등 전국 8곳의 골프장에 300여 대가 도입돼 있다. 회사 측은 “최근 미국에 로봇 1000대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드론이 코스 관리하고 음료 배달도

드론(무인 비행체)도 활용되고 있다. 한컴 계열사인 한컴인스페이스는 지난해 스타트업 UFO에스트로넛과 손잡고 드론을 통한 골프장 코스 관리에 나섰다. 드론이 골프장 곳곳을 누비며 잔디가 웃자랐거나 파였거나, 벙커에 모래가 부족하다는 등 각종 정보를 파악해 관리해야 할 곳을 알려주는 것이다. 골프 업계 관계자는 “광활한 골프장에서 관리원이 잔디 상태를 속속들이 파악하기 어려운 데다, 또 사람의 경험과 감(感) 대신 정확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골프 전문업체 스마트스코어는 드론을 활용해 전국 200여 골프장의 전경뿐 아니라 각 홀의 세부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다. 골퍼들이 경기 전 사진이나 가상의 이미지 대신 실제 고화질 영상으로 코스를 파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미국 등 해외에선 드론이 골프장에 음료수를 날라주는 서비스도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