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유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티빙(CJ ENM 계열)과 시즌(KT 계열)이 14일 통합을 발표했다. 예정일은 오는 12월 1일로, 티빙이 시즌을 흡수 통합하는 방식이다. 현재 티빙과 시즌은 월 사용자 기준으로 각각 토종 OTT 2위와 4위이지만, 통합되면 약 560만명으로 단숨에 토종 OTT 1위인 웨이브(423만명)를 넘어선다. 주요 토종 OTT 간 통합은 지난 2019년 SK텔레콤 ‘옥수수’와 지상파 3사 ‘푹’이 지금의 웨이브로 합쳐진 지 3년 만이다.

◇통합 예정일은 12월 1일

이날 티빙과 KT스튜디오지니는 각각 이사회를 열고 두 OTT 서비스의 통합 안건을 의결했다. 티빙은 지난 2020년 CJ ENM에서 분사된 뒤 독립 운영해왔으며, KT스튜디오지니는 시즌의 운영사인 KT시즌을 100% 자회사로 보유한 KT그룹의 미디어콘텐츠 총괄 기업이다. 두 회사는 이날 티빙의 KT시즌 흡수 합병을 결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에 기업결합 심사를 신청하기로 했다. 합병되면 티빙이 통합 OTT 운영권을 갖고, KT스튜디오지니는 티빙에서 1·2대 주주인 CJ ENM와 JTBC에 이어 3대 주주가 된다. 다만 양 사는 시즌의 가치 평가액이나 구체적인 지분율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티빙 양지을 대표는 “이번 합병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 대응하려는 것”이라며 “양 사가 국내를 넘어 ‘글로벌 넘버원 K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KT와 CJ ENM은 지난 3월 콘텐츠 분야 시너지를 위해 전략적 파트너십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통합 등 협력 방안을 논의해 왔다. 이제 두 회사는 ‘콘텐츠 동맹’을 넘어 ‘OTT 동맹’으로 협력 범위를 넓힌 셈이다.

◇OTT 시장 순위 변동 예상

티빙과 시즌의 통합은 양측 모두에 ‘윈-윈’이란 이란 분석이 나온다. 티빙의 경우, 이번 시즌 흡수를 통해 국내 대표 통신업체인 KT를 우군으로 확보하게 됐다. 그동안 티빙은 스마트폰 앱을 다운로드받아 이용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SK텔레콤이 운영하는 웨이브와 마찬가지로 KT에서 판매하는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 앱으로 들어갈 수 있다. 또 KT의 인터넷TV(IPTV)에도 기본 탑재될 수 있다. KT스튜디오지니의 경우, 자체 OTT 운영에 따른 부담을 덜고 최근 히트한 드라마 ‘구필수는 없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등과 같은 킬러 콘텐츠 제작에 더 집중할 전망이다. 통신 업계 관계자는 “통합 회사가 국내 1위 사용자를 기반으로 더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를 공급할 수 있게 됐다”면서 “해외에서 한류 붐을 일으킨 CJ의 콘텐츠 제작 역량과 KT의 자본력·통신 인프라가 합쳐지면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 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이어질 전망이다.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국내 OTT 시장은 지난 6월 실사용자 기준으로 넷플릭스가 1117만명으로 부동의 1위다. 그다음으로 토종인 웨이브(423만명), 티빙(401만명), 쿠팡플레이(373만명), 디즈니플러스(168만명), 시즌(156만명), 왓챠(108만명) 등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만약 티빙과 시즌이 통합된다면 월 사용자 수가 557만명으로, 넷플릭스의 바로 다음 자리로 단숨에 올라선다. OTT 업계 관계자는 “국내 OTT 업계에서 의미 있는 수익을 내는 곳은 사실상 넷플릭스가 유일하다”면서 “생존을 위한 OTT 기업 간의 합종연횡이 갈수록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