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촉발된 통신업체와 빅테크 간 ‘망(網) 이용료’ 논란이 유럽에서도 본격 확산되고 있다. 앞서 유럽 내 주요 통신업체들이 지난 2월 유럽연합(EU) 차원의 대책 마련을 요구한 데 이어, 이번에는 유럽의 3개국 정부가 EU에 ‘구글·메타·넷플릭스 등 빅테크 기업도 유럽 내 통신망 비용을 일부 부담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 3개국 정부는 최근 EU집행위원회 측에 공동 입장문을 보내 ‘막대한 데이터양을 유발시키는 빅테크 기업들이 유럽의 통신 설비 업그레이드 비용을 일부분 부담하도록 관련 법안을 마련해달라’는 촉구를 했다고 한다. 3개국 정부가 이 사안에 대해 공동의 입장을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들은 입장문에서 메타, 알파벳(구글의 모기업),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넷플릭스 등 6개 미국 빅테크가 유럽 내 전체 인터넷 트래픽의 55%를 점유한 것으로 언급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앞서 유럽통신 네트워크 사업자 연합회(ETNO)가 올초 영국 IT 컨설팅 업체에 의뢰해 실시한 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원래 망 이용료 이슈는 국내에서 지난 2020년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요구하는 SK브로드밴드를 상대로 한국 법원에서 자신들은 책임질 채무가 없다는 점을 확인받으려고 소송을 낸 데에서 처음 촉발됐다. 넷플릭스는 1심을 패했지만 항소해 현재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이 진행 중이다.
이에 우리나라 국회에선 여야 의원들이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빅테크 기업들에게 망 이용료 계약을 통신업체와 맺도록 하는 이른바 ‘망 이용료 의무화법’ 법안들을 잇따라 발의하고 나섰고, 이 소식이 해외로 알려지면서 유럽도 가세하는 계기가 됐다. 올 2월에는 독일 도이치텔레콤, 프랑스 오렌지, 스페인 텔레포니카, 영국 보다폰 등 유럽 내 대표적 통신업체 CEO들은 EU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