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스타트업 펀더멘털VR의 수술 훈련용 VR 기기를 통해 실제 수술 시 느낄 수 있는 감각을 체험하는 모습. /펀더멘털VR

지난 1일 브라질 파울루 니에메예르 국립뇌연구소(IECPN) 부속 병원에서 VR(가상현실)을 활용한 샴쌍둥이 분리 수술이 이뤄졌다. 머리가 붙은 채 태어나, 두개골과 혈관을 공유하고 있는 세 살배기 샴쌍둥이였다. 자칫 생명을 잃을 수도 있는 고난도 수술을 앞두고 의료진은 샴쌍둥이의 뇌를 스캔해 두개골 전자 지도를 만들고 VR 공간에서 수개월간 모의 수술을 진행했다. 수술을 지도한 노울룰 오와세 질라니 박사는 “VR을 적용한 모의 수술 과정은 초현대적이었다”고 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이비인후과 최준 교수팀은 지난달 VR을 이용해 귀에서 잡음이 나는 이명(耳鳴) 치료 효과를 입증했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환자에게 침실, 거실, 식당 등 총 네 가지 다른 환경으로 구성된 가상현실에서 이명 소리를 내는 아바타를 잡아 제거하기를 반복하도록 했다. 그 결과 뇌 특정 부위의 활동 증가가 포착됐고, 이명 장애 지수가 개선됐다는 것이다.

가상현실이 의료 분야에 활용되며 효과를 입증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의료진이 가상 세계에서 수술이나 응급 대처 방법을 연습하고, 환자들은 가상으로 구현된 여러 상황에서 심리 치료를 진행하는 식이다.

미 스탠퍼드 의대에서도 수술 성공률을 높이는 데 VR과 모션트래킹(움직임 추적) 기술을 활용하고 있다. 브루스 대니얼 스탠퍼드대 영상의학과 교수는 “유방암 절제술은 복잡하기 때문에 전체의 20%가 재수술을 받는다”며 “하지만 VR 훈련을 통해 숙련도를 올리면 수술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한림대 성심병원은 최근 신규 간호사를 대상으로 VR 기기와 메타버스를 통한 임상 교육을 진행했다. 수술실과 중환자실, 응급실과 비슷한 상황을 구현해 간호사가 다양한 응급 상황을 경험하고 대응법을 반복 훈련하는 것이다.

VR 의료 스타트업들도 주목받고 있다. VR 수술 훈련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영국 런던의 스타트업 펀더멘털VR은 지난 11일 투자금 2000만달러(약 262억원)를 유치했다. 미국의 VR 수술 교육 플랫폼 스타트업 오소VR도 지난 3월 6600만달러(약 866억원) 투자를 받았다. 시장조사 업체 마케츠앤드마케츠는 VR를 기반으로 한 치료 및 의료 시뮬레이션 시장이 2026년까지 34억달러(약 4조5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