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신작 폴더블폰 갤럭시Z플립4와 Z폴드4에 대한 평가는 “큰 변화가 느껴지지 않는다”로 요약된다. 특히 외관에선 전작과 차이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이에 대해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은 “여러 디자인 후보군이 있었지만, 폴더블 대중화를 위해 기존 디자인을 유지하면서 완성도를 최고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쪽을 택했다”고 답했다.

삼성은 올해를 “폴더블폰 대중화의 원년”으로 삼겠다는 각오다. 과연 삼성의 4세대 폴더블폰은 기존 안드로이드폰 이용자뿐 아니라 아이폰 이용자까지 끌어들이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아이폰 유저인 박순찬 테크팀장과 Z폴드2·3를 모두 사용해 본 장형태 테크팀 기자가, 삼성전자로부터 신제품을 일주일간 빌려 써 봤다.

◇아이폰 유저가 써 본 ‘Z플립4’

2009년 아이폰3GS로 스마트폰에 입문해 여러 세대의 갤럭시S 시리즈를 거쳐, 3년 전부터 다시 아이폰을 쓰고있다. 최근 수년째 삼성·애플의 신작 스마트폰을 보면서 설렘이 사라졌다. 스마트폰은 하루 종일 갖고 노는 ‘어른의 장난감’이기도 한데, 수년째 비슷한 디자인에 지루해져서다. 새 자극이 필요한 시점에 Z플립4를 접했다.

손에 쥔 첫 느낌은 “만듦새가 좋다”는 것이다. 겉면을 무광 처리하고, 테두리를 전작보다 각지게 만들어 한층 더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든다. 74종으로 색상을 조합해 ‘남들 앞에 취향을 드러낼 수 있는 폰’이란 점도 매력적이다. 여러 브랜드와 협업한 케이스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실용성은 아쉽다. 직업 특성상 스마트폰을 가혹하게 사용하는 편이다. 두 손으로 뻑뻑한 스마트폰을 번번이 펼쳐야 하는 것은 번거롭다. 삼성도 이를 감안한듯 4세대는 펼치지 않고도, 전화를 걸고 문자에 답하는 기능 등을 탑재했다. 폰을 반쯤 접어놓고 촬영하는 기능은 잘 와닿지 않는다. 필요에 의해서 접었다기보다 일단 접고 나서 활용법을 찾았다는 인상이다. 화면 굴곡은 꽤 느껴지지만, 화면을 켜면 잘 보이지 않는다.

배터리는 전작 대비 용량이 커졌다(3300→3700mAh). 실제로 써보니 완전 충전 상태에서 12시간쯤 쓰자 바닥이 났다. 동영상을 두 시간쯤 보고, 음악을 잠깐 듣고, 카카오톡과 인터넷 검색을 조금 한 수준이었다. 중간중간 충전기를 꽂을 환경이 돼야 안심하고 쓸 수 있다. 25W(와트) 초고속 충전을 지원하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된다.

모든 이용자에게 추천하긴 어렵지만, 감성을 중시한다면 Z플립4는 써볼 만한 폰이다. 특히 아이폰 유저라면 삼성페이와 통화 녹음 기능이 꽤 마음에 들 것이다.

◇Z폴드2·3 유저가 써 본 ‘Z폴드4’

Z폴드2와 3를 각각 1년씩 사용했던 ‘폴드 팬’이다. Z폴드4를 일주일간 사용한 총평은 ‘디테일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폴드는 플립과 달리 접은 상태에서도 자주 이용하는데, 경첩(힌지) 부분이 두꺼우면 디자인적 균형감이 떨어지고 쥐는 느낌도 좋지 않다. Z폴드4는 경첩 부분을 크게 줄여, 접은 상태에서도 하나의 완성된 바(bar)형 스마트폰처럼 보였다. 다만 전작보다 8g 줄어든 무게는 체감하기 어려웠다.

카메라와 AP(두뇌 역할 반도체)가 크게 개선된 것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폴드3는 1200만 화소 렌즈 3개와 광학 2배줌이었는데, 이는 같은 해 출시된 갤럭시S21보다 못한 사양이었다. 200만원대 초고가폰답지 못한 카메라 성능이 못마땅했다. Z폴드4는 갤럭시S22와 동일한 5000만 화소 후면 카메라에, 광학 줌도 3배까지 지원한다.

퀄컴 AP ‘스냅드래건8+ 1세대’ 성능은 만족스러웠다. 삼성전자는 GPU(그래픽 프로세서) 성능을 전작보다 59% 향상시켰다고 밝혔다. 초고사양 게임인 중국 미요호의 원신을 해보니, 낮은 해상도·60프레임·고품질 화질 모드에서 무리 없이 돌아갔다. 발열도 개선됐다. 3D 그래픽 품질 테스트 프로그램인 3D마크를 작동해보니 Z폴드3는 섭씨 44도까지 올라갔지만, Z폴드4는 41도 수준에 그쳤다.

Z폴드4는 ‘감성’보다 ‘실용’을 추구하는 이용자들에게 추천한다. 펼치면 화면이 ‘아이패드 미니’ 만 한 필기 가능한 태블릿이 되고, 펴지 않아도 아이폰 프로 이상에만 적용된 고주사율 화면이 기본으로 탑재된 훌륭한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을 왜 펼쳐야 하지’란 의문이 든다면, Z폴드4를 잠깐이라도 체험해보길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