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옛 페이스북)의 SNS 중 하나인 인스타그램이 ‘안티 인스타그램’을 표방하고 나온 SNS ‘비리얼(BeReal)을 베끼기 시작했다. 경쟁사의 새로운 서비스를 베껴 비슷한 서비스를 내놓고 경쟁사를 죽이는 메타의 고질적인 사업 관행이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3일 모바일 앱 개발자 알렉산드로 팔루치라는 인물은 자신의 트위터에, “인스타그램이 비리얼 앱과 비슷한 IG 캔디드 챌린지를 개발 중”이라는 글을 올렸다. 알림이 울린 후 2분 안에 사진을 찍어 올리는 서비스로 비리얼과 동일하다.
◇실제 모습 반영하는 SNS 비리얼
비리얼은 최근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끄는 소셜미디어로, 연출된 것이 아닌 사용자들의 실제 모습을 사진으로 올리는 앱이다. 하루 한번 알림이 울리고, 사용자가 2분 안에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업로드해야 한다. 2분 안에 사진을 여러 번 찍을 수 있지만, 게시 후 편집이나 보정은 불가능하다.
이 앱은 인스타그램이 실제 모습보다 자기 과시를 위해 꾸며낸 사진들로 가득찼다는 비판에서 시작됐다. 인스타그램 게시물엔 사용자의 재산이나 미모, 능력을 과장한 것이 많지만 비리얼은 실제 모습을 반영한다는 점을 내걸었다. 비리얼은 현재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차트 무료 앱 부분에서 인스타그램과 틱톡을 제치고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2000만회 이상 다운로드됐다. 뉴욕타임스는 “비리얼은 인스타그램 등 여러 플랫폼에서 자신을 완벽하게 보이려는데 지친 사람들에게 대안을 제시했다”고 평가했다.
비리얼은 자신의 서비스를 이렇게 설명한다. “비리얼은 당신을 유명하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인플루언서가 되고 싶다면 틱톡과 인스타그램에 남아있어라.”
◇조금만 뜬 서비스는 그대로 베끼는 메타
인스타그램과 비교하면 비리얼은 아직 신생 서비스다. 비리얼의 인기가 심상치 않자 인스타그램은 비리얼과 사실상 같은 기능을 개발하고 있다. 메타 대변인은 알렉산드로 팔루치가 트위터를 통해 공개한 ‘IG 캔디드 챌린지’ 기능의 존재를 인정하고, “이 기능은 내부 프로토 타입이며, 외부에서 테스트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테크 업계에선 남의 서비스를 베끼는 ‘카피캣의 대명사’로 불리는 메타(페이스북)가 다시 비리얼을 따라하기에 나섰다고 본다. 지난 7월 인스타그램은 짧은 동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끌자 틱톡과 비슷한 형태로 동영상을 볼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했다가 카일리 제너와 킴 카다시안 등 인플루언서의 반발에 부딪혔다. 작년 7월엔 뉴스레터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메타는 서브스택 등 유명 서비스를 따라서 만든 ‘블레틴’이라는 뉴스레터 서비스를 출시했다. 작년 5월엔 지역 밀착형 SNS인 넥스트도어를 베낀 ‘네이버후즈’를 선보이기도 했다.
인기를 끄는 서비스를 빠르게 베껴 비슷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실리콘밸리에서 새로운 일은 아니지만, 메타는 정도가 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틱톡을 베낀 릴스, 핀터레스트를 베낀 하비, 스냅챗을 베낀 인스타그램스토리 등 메타의 많은 서비스가 사실상 타사의 서비스를 모방해 만들어진 것이다. 과거 메타 내부엔 위협이 될 만한 경쟁사 동향을 감시하는 조기경보팀이 있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017년 “이 팀이 하는 일은 새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을 살펴보고, 스타트업들에 뒤처지지 말고 베끼는 것”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세계 최대 SNS 회사인 메타가 서비스를 베끼면 신생 업체들은 사용자를 뺏기고 도산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페이스북이 스냅챗을 베껴 인스타그램에 서비스를 도입하자 스냅챗에서 활동하던 인플루언서들은 인스타그램으로 옮겨갔고, 스냅챗 사용자는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