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현지 시각) 세계 3대 게임쇼 게임스컴이 개막한 독일 쾰른 전시장. 블리자드·세가 등 전 세계 유명 게임사 부스가 즐비한 가운데 독일 대표 자동차 기업 BMW가 설치한 노란색 대형 부스가 한눈에 들어왔다. 실물 크기 하늘색 ‘미니’ 차량이 마치 장난감처럼 노란 포장 박스에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BMW가 게임스컴에서 처음 공개한 콘셉트카 ‘에이스맨’이었다. 순수 전기차인 이 차는 BMW가 일본 포켓몬스터와 함께 만들었다. 전 세계에서 온 게임 마니아들이 피카츄 인형을 들거나 일본 게임 캐릭터 복장을 한 채 차량과 인증샷을 찍었다.
에이스맨 조수석에 앉은 기자가 지름 13.4인치 원형 삼성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디스플레이를 클릭하자 몬스터볼에서 피카츄가 나와 100만볼트 전기를 내뿜으며 시동이 켜졌다. 미니는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에 게임 조작기를 연결하면 미니를 게임기로 활용할 수 있고, 차량 전면부에 달린 빔프로젝트를 이용해 벽에 화면을 쏴 게임을 즐길 수도 있다. BMW 관계자는 “게임화는 미니의 주요 미래 전략”이라며 “자동차와 게임기가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지 많은 고민 끝에 내놓은 콘셉트카”라고 했다.
◇게임쇼인가 모터쇼인가 전자쇼인가
코로나 이후 3년 만에 오프라인으로 열린 게임스컴은 ‘게임 마니아의 잔치’에서 자동차·전자·식품 등 이종(異種) 간의 결합이 활발한 산업 융합 전시회로 진화한 모습이었다. 자동차 브랜드로선 처음으로 BMW 미니가 메인 후원사 중 하나로 참가했고, 삼성전자도 이곳에서 반도체 신제품을 공개했다. 게임스컴에 처음으로 참가한 삼성디스플레이는 QD(퀀텀닷)-OLED 게이밍 모니터와 차량용 13.4인치 원형 디스플레이를 선보였다. 쾰른 시내 남북으로 흐르는 라인강 동안에 위치한 8개동, 22만㎡(약 6만6550평) 규모 행사장에는 일주일간 40만명에 가까운 전 세계 관람객이 몰린다. 쾰른 인구(108만명)의 3분의 1이 넘는 숫자다. 주최 측인 독일 쾰른메세에 따르면, 14회째를 맞은 올해 게임스컴에는 전 세계 53국에서 1100개 기업·단체가 참가한다.
전시장에서는 포드·포르셰·도요타 등 다양한 완성차 브랜드의 부스와 차량도 관람객의 이목을 끌었다. 미국 포드는 자사 경주용 차량과 SUV 브롱코를 전시해놓고, 관람객들이 경주용 차량에 앉아 대형 스크린으로 레이싱 게임을 해볼 수 있도록 꾸며놨다. 2019년 창단한 e스포츠 팀 ‘포드질라’ 부스도 함께 차렸다. 포드 관계자는 “자율차 시대에는 차와 게임은 융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독일 포르셰 부스는 레이싱게임 그란 투리스모 7에 등장하는 가상의 전기차 ‘비전 그란 투리스모’ 실물을 부스에 등장시켰다. 관람객들은 차량 옆에 마련된 레이싱 게임 코너에서 이 차를 몰아보기 위해 줄을 서 있었다. IT 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자동차 회사들이 게임을 통해 미래 잠재 고객을 확보하고 전기차·자율차 시대를 맞아 차를 하나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으로 탈바꿈시키고 있다”고 했다.
◇게임서 새 먹거리 찾는다
삼성전자는 메인 전시장에 500㎡(약 151평) 규모 부스를 열고 반도체 신제품을 공개했다. 이날 삼성전자가 공개한 SSD(대용량 저장장치) ‘PRO 990′은 기존 제품보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속도가 최대 55% 향상된 제품이다. 가로, 세로로 자유롭게 돌릴 수 있는 55인치 게이밍 모니터 ‘오디세이 아크’도 처음으로 일반에 공개됐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게임쇼에서 신제품을 발표하는 것은 게이밍 시장을 새로운 시장으로 적극 개척하겠다는 의지”라고 했다. 미국의 반도체 기업 인텔·AMD, 그리고 클라우드 기업 AWS(아마존웹서비스)도 부스를 열고 각종 PC·게임기용 반도체와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선보였다.
심지어 레고와 맥도널드 같은 비(非)게임 브랜드들도 대형 부스를 열었다. 맥도널드가 만든 180㎡ 넓이 정사각형 방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플라스틱 폐기물을 치우고 재활용을 하는 증강현실(AR) 게임을 즐겼다. 부스 관계자는 “맥도널드의 지속가능성 정책을 알리는 데에 게임만큼 좋은 방법도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