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매자의 신용 등급과 상관없이 먼저 구매하고 나중에 결제 금액을 4회 등에 걸쳐 나눠 내는 ‘선구매 후결제(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가 본격 규제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BNPL 업체들은 환영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대표적인 BNPL 업체 클라르나. /로이터 연합뉴스

15일(현지시각)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은 BNPL 산업을 겨냥한 새로운 규제가 필요하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동안 특별한 규제 없이 폭풍 성장한 BNPL 시장을 본격적으로 관리하겠다는 것이다.

그동안 BNPL 서비스는 신용 거래 실적이 상대적으로 많지 않고, 여윳돈이 부족한 MZ세대를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에 따르면 전 세계 후불결제 시장(후불결제로 인한 수익 기준)은 연평균 22.4% 성장해 2028년엔 204억달러(28조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BNPL 서비스가 급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구매 시 소비자의 부담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BNPL을 이용해 제때 할부금을 내면 무이자이다. BNPL 업체들은 판매자들에게 수수료를 받아 수익을 낸다.

스웨덴의 클라르나, 미국의 어펌, 호주의 애프터페이 등이 BNPL의 열풍을 등에 엎고 폭풍 성장했고, 최근에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JP모건 체이스, 씨티그룹, 애플까지 뛰어들었다.

하지만 BNPL은 지불 능력이 없는 소비자에게 과소비를 부추기고, 대금을 갚지 못하는 상황을 유발해 신용불량자로 만들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그동안 특별한 규제도 없었다. 소비자금융보호국은 “작년 전체 사용자의 10.5%가 최소 1회 이상의 대금 지불 연체를 한 것으로 나타난다”며 “이는 모든 연령대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BNPL 업체들 곡소리/일러스트=김영석

◇신용카드와 비슷한 규제 도입 예상

비판이 거세지자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은 작년말부터 조사에 착수했고, 규제 필요성에 동감했다. 로힛 초프라 미 소비자금융보호국 디렉터는 “BNPL 업체들이 소비자의 구매 정보를 수집해 타깃 광고에 활용하는 부분을 포함해 감시돼야 할 부분을 선별하는 작업에 착수했다”고 말했다. 또 “BNPL 업체들도 앞으로 신용카드 업체와 비슷한 감독 심사를 받도록 지침이나 규칙을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 BNPL 업체들은 인플레이션 등의 영향으로 주가 하락, 기업 가치 하락, 추가 투자 유치 난항 등의 벽에 부딪혀 있다. BNPL 업계에 규제가 적용되면 업체들은 한층 더 어려운 여건에 놓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BNPL 업체들은 이날 환영의 뜻을 보였다. 미 소비자금융보호국이 BNPL의 긍정적인 효과를 일부 인정했고, 혹시 나중에 더 크게 터질 위험을 규제를 통해 줄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즈호 증권의 댄 돌레브 애널리스트는 “소비자금융보호국의 보고서는 두려워했던 것보다는 덜 해롭다”며 “보고서는 중요한 위험성에 대해 명확히 식별하면서도 BNPL의 장점을 언급했다”고 했다. BNPL 업체 어펌의 대변인은 “BNPL이 전통적 신용 상품에 비해 소비자에게 낮은 비용을 부과한다는 점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