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 시각)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GTC 2022′에서 새 GPU(그래픽처리장치)인 RTX 4090을 들어 보이고 있다. 엔비디아는 이전 모델인 RTX 30 시리즈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에 맡겼지만 이번 신제품 생산은 TSMC에 위탁했다. /엔비디아 행사 캡처

미국 반도체 업체 엔비디아가 새로운 GPU(그래픽처리장치) 생산을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인 대만의 TSMC에 맡겼다. GPU는 컴퓨터 그래픽이나 AI(인공지능) 연산에 필수적인 두뇌 역할 반도체다. 이전 세대 제품은 삼성전자에 맡겼는데, 신제품은 다시 삼성에 맡기지 않고 TSMC로 바꾼 것이다.

20일(현지 시각) 엔비디아는 연례 기술 행사인 ‘GTC 2022′를 열고 GPU 신제품(RTX 4090, 4080)을 공개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최고경영자)는 새 GPU를 들어 보이며 “TSMC와 긴밀히 협력해 GPU에 최적화된 4나노 공정으로 제품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례적으로 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를 밝히며 ‘TSMC 생산(Made by TSMC)’을 마케팅 포인트로 삼은 것이다. TSMC는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한 압도적 1위 업체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TSMC를 추격하는 가운데 ‘큰손’ 고객들이 잇따라 이탈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큰손 고객들, TSMC로 이탈

파운드리 업계 2위인 삼성전자는 현재 TSMC를 열심히 추격 중이다. 지난 6월에는 업계 최초로 차세대 기술(GAA·Gate All-Around)을 적용해, TSMC보다 먼저 3나노(1나노는 10억분의 1m) 공정 제품 양산에 돌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하지만 최근 글로벌 고객들은 연달아 TSMC를 선택하고 있다. 미국 퀄컴은 오는 11월 출시하는 스마트폰용 두뇌 반도체(스냅드래곤8 2세대) 생산을 TSMC에 맡겼다. 퀄컴은 작년 말 이전 세대 반도체(스냅드래곤8 1세대)를 삼성전자에 맡겼지만, 올 5월 TSMC로 갈아탔고, 다음 모델에서도 TSMC를 택한 것이다. 반도체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만든 칩이 발열과 성능 저하 문제를 겪자, 퀄컴이 TSMC를 대안으로 택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의 최대 고객사인 애플도 3나노 양산에 먼저 성공한 삼성 대신 TSMC의 손을 잡았다. 애플은 TSMC의 3나노 공정으로 자체 설계한 M2 칩을 만들어 올해 말 출시하는 맥북 노트북에 탑재할 계획이다. 미 반도체 업체 AMD도 지난 8월 출시한 CPU(중앙처리장치) 라이젠7000 시리즈를 TSMC 5나노 공정으로 만들었고, 추가 제품도 TSMC에 주문했다.

고객 확보전에서 밀리면서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차이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TSMC의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3.6%, 삼성전자는 16.3%였다. 삼성전자가 파운드리 사업을 본격화한 2019년 1분기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29%포인트였지만, 현재는 37.3%포인트로 벌어졌다.

◇후발주자 삼성, 대대적 반격 나서

TSMC는 생산시설(capacity)과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면에서 우위를 갖고, 전 세계 큰손 고객들을 유치해 파운드리 업계 1위를 지키고 있다. 파운드리는 정해진 납기 일정에 약속된 품질의 반도체를 차질 없이 공급하는 신뢰가 중요한 만큼,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가 단기간에 TSMC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 현재 삼성전자의 생산능력은 TSMC의 40%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삼성은 그동안 메모리 반도체와 파운드리에 투자를 분산했고, 삼성 자체 수주 비중도 절반 정도로 많아 새로운 고객을 공격적으로 유치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삼성 파운드리 사업부가 삼성전자 내부 조직이라는 것도 약점이다. 지난달 웨이저자 TSMC CEO는 삼성을 겨냥해 “TSMC는 상품을 설계할 수 있는 능력이 있지만 절대 자체 제품을 만들지 않는다”며 " TSMC의 성공은 곧 고객의 성공이지만, 경쟁 상대는 감히 이렇게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안 측면에서 삼성보다 더 안전하다고 주장한 것이다.

삼성전자도 3나노 세계 최초 양산과 미국 텍사스주 테일러시에 대규모 파운드리 공장을 짓는 등 대대적인 반격을 준비 중이다. 반도체 전문가인 김정호 카이스트 교수는 “삼성이 최근 고객사로 구글·퀄컴을 유치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장기적으로는 파운드리 시장에서 삼성이 TSMC와 함께 투톱 자리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

☞GPU(그래픽 처리용 반도체)

그래픽 처리에 특화된 반도체 칩. 원래 고사양 게임용으로 개발됐지만, 최근에는 데이터센터용으로도 많이 쓰인다. 엔비디아의 세계 GPU 시장 점유율은 약 80%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