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티호크가 개발하던 수직이착륙 플라잉카 헤비사이드. /키티호크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가 투자한 비행 택시 스타트업 키티호크가 폐업했다. 최근 여러 업체가 상용화를 목표로 플라잉카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규제와 안전성 문제가 불거지며 상용화가 예상보다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키티호크는 21일(현지시각) 회사 링크드인 게시물을 통해 “우리는 키티호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다음 단계에 대한 세부사항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키티호크는 2010년 설립된 eVTOL(전기 수직 이착륙) 플라잉카 스타트업이다. 래리 페이지가 구글에서 자율주행차와 AR(증강현실) 글랙스 등 미래 기술 프로젝트를 이끌었던 세바스찬 스런을 CEO(최고 경영자)로 앉히고 1억달러를 투자했다.

2017년 4월 키티호크가 개발하던 1인승 플라잉카를 시연하고 있다. /키티호크 유튜브 캡처.

키티호크는 2017년 4월 캘리포니아의 한 호수에서 1인승 플라잉카를 시연했다. 커다란 드론 위에 1명이 탄 형태였다. 2018년엔 이를 개선한 1인승 플라잉카인 ‘플라이어(Flyer)’를 선보였다. 키티호크는 당시 이 플라잉카가 최대 20마일(32㎞)을 비행할 수 있다고 했다. 당시만 해도 키티호크는 플라잉카 상용화에 자신감을 보였다. 그해 스런 CEO는 “이 모델이 5년 내 하늘을 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용자들이 우버나 리프트 같은 앱을 통해 플라잉카를 호출하는 시대를 그렸다. 2019년엔 보잉사와 수직이착륙 플라잉카 조인트벤처인 위스크(Wisk)를 만들어 이보다 규모가 큰 플라잉카 개발에도 착수했다.

하지만 비즈니스 모델을 찾지 못했고, 키티호크는 2020년 1인승 플라잉카인 플라이어 사업을 접었다. 대신 최고시속 180마일로 100마일을 자율비행할 수 있는 경비행기 형태의 ‘헤비사이드’ 개발에 착수했다.

키티호크가 개발한 1인승 플라잉카 플라이어. /키티호크

키티호크가 폐업 이유를 명확히 밝히지 않았지만, 테크 업계에선 추진하던 헤비사이드 개발이 난항을 겪고 상용화 가능성도 어두워지면서 사업을 접은 것으로 본다. 인사이더는 “최근 키티호크가 헤비사이드 작업을 중단하고, 래리 페이지는 다시 연구 개발 모드로 되돌아갔지만 나아갈 길을 찾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키티호크는 보잉과의 협력을 통해 만든 위스크는 계속 운영된다고 밝혔다.

키티호크의 폐업은 최근 상용화를 앞둔 플라잉카 업체들의 남모를 현실을 보여준다고 테크 업계는 분석한다. 조비 에비에이션, 아처 에비에이션, 릴리움 NV, 이브 등 다양한 업체들은 플라잉카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규제와 안전성 문제에 부딪힌 상태다. 블룸버그는 지난 7월 “최근 들어 플라잉카 업체들이 드러나지 않은 크고 작은 사고를 경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지난 5월 피카가 개발하는 펠리칸이라는 무인 플라잉카가 소프트웨어 문제로 추락했고, 2월엔 조비의 플라잉카가 공중에서 부품 고장을 일으킨 것으로 조사됐다.

블룸버그는 “키티호크의 폐쇄는 플라잉카 시장이 얼마나 어려운지 보여주는 사례”라며 “안전성 문제가 예상보다 큰 도전 과제임이 드러났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