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프리메드 공동 창업자인 임성원 대표(왼쪽)와 구자민 이사 /임프리메드

“강아지에서 3년 반이 걸렸던 혈액암 치료제 효능 예측 모델 개발이 사람 대상으로는 3개월만 걸렸습니다.”

최근 만난 임성원(39) 임프리메드 대표는 지난 1년 간의 성과를 이렇게 말했다. 그는 미 실리콘밸리에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임프리메드를 이끈다. 인공지능 모델과 실험실 테스트를 통해 혈액암에 걸린 반려견을 대상으로 어떤 항암제가 효과적인지 예측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업체는 작년부터 강아지를 넘어 사람 대상으로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본래 하려던 분야로, 최근 들어 성과가 나오고 있다. 임프리메드의 사람 대상 서비스가 완성되면 혈액암 환자들에게 어떤 치료법이 더 효과적인지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임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시간이 생명인 암환자의 치료 과정에서 트라이-앤-에러(시행착오)를 줄이자는 것”이라고 했다.

카이스트와 UC버클리를 거쳐 스탠퍼드대에서 생명공학 박사 학위를 딴 임 대표는 2017년 카이스트와 스탠퍼드대에서 함께 공부한 구자민 이사(홍익대 화학공학과 교수)와 함께 임프리메드를 창업했다. 암환자 맞춤형 처방법을 찾아주겠다는 포부였다. 하지만 환자의 개인정보 보호 규제 등으로 인해 암환자의 샘플을 구하기가 어려워 사업 모델을 강아지 혈액암으로 선회했다.

임프리메드는 혈액암에 걸린 반려견 항암제 분석 사업에서 성과를 내고 작년부터는 사람 대상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다양한 대학과 의료기관과 협업 관계를 맺으며 암환자 치료 가능성을 높이는 중이다.

임프리메드.

◇세계 1위 메이요클리닉과 손잡고 연구 박차

최근 임프리메드는 세계적 명성을 가진 미국의 메이요클리닉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메이요클리닉이 질병 치료 목적으로 다양한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하는 프로젝트에 임프리메드가 참여하게 된 것이다. 총 7개 업체가 프로젝트에 참여하는데, 암을 대상으로 한 업체는 임프리메드가 유일하다.

임프리메드는 앞으로 20주간 메이요클리닉의 350만명 환자 데이터를 제공받아 치료법에 따른 암 치료 가능성을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을 개발할 예정이다. 임 대표는 “프로젝트 이후에도 임프리메드가 상용화에 성공하는 데까지 메이요클리닉이 돕기로 한 장기 파트너십”이라고 했다.

임프리메드는 국내에서도 다양한 대학과 손잡고 혈액암 치료법 관련 인공지능 모델을 구축 중이다. 구자민 이사가 이끄는 임프리메드코리아가 강릉아산병원, 서울성모병원과 함께 림프종과 다발골수종, 백혈병 치료법을 연구했다. 다발골수종의 경우 사람 대상 치료법 효과 예측 모델 개발을 완료했다. 최근엔 추가로 3개 대형 병원과도 협업 관계를 맺고 림프종 환자의 데이터와 샘플을 제공받는다. 구 이사는 “여러 국내외 병원과의 공동 연구개발을 통해 혈액암 환자의 정밀의료를 지원하는 분석 기술과 예측 알고리즘을 개발했다”며 “이 기술이 보다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도록 파이프라인을 확장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메이요클리닉을 방문한 임프리메드 공동 창업자인 임성원 대표(왼쪽)와 구자민 이사 /임프리메드

◇‘강아지 효과’ 톡톡히 봐

사람 암과 강아지 암은 매우 비슷하다. 임프리메드는 강아지 혈액암 치료제 효능 검증 모델 개발을 통해 쌓은 노하우가 사람 대상 모델 개발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했다.

환자의 암세포에 어떤 혈액암 치료제가 효과가 있는지를 검증하기 위해선 우선 신체에서 떼어낸 혈액암 세포를 실험실에서도 죽지 않게 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임프리메드는 강아지 대상 사업을 하며 특수 용액을 개발했는데, 이 용액이 사람 혈액암 세포도 잘 살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수많은 데이터 중 치료법 효능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 필수적인 바이오마커들이 무엇인지도 강아지 대상 인공지능 기술을 개발하며 알게 됐다고 했다.

임성원 임프리메드 대표. /김성민 기자

이를 바탕으로 임프리메드는 사람 대상 치료법 효능 예측 모델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강아지 혈액암 모델 개발에 3년 반이 걸렸지만, 사람 대상 혈액암 모델 개발에는 3개월만 소요됐다. 현재 임프리메드는 3200마리의 반려견 및 170명의 사람 혈액암 환자 세포 샘플을 확보하고, 메이요클리닉의 350만명 환자 데이터를 활용해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임프리메드는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최근 개발한 다발골수종 치료법 검증 모델 허가를 신청하고, 미 FDA 승인도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임프리메드는 올해 안에 시리즈A 펀딩을 마무리하고, 사람 대상 암환자 대상 서비스를 국내에선 2023년 말, 미국에선 2024년에 상용화한다는 목표다. 최근에는 제약회사와 협업해 제약사가 개발한 암 신약 후보 물질이 실제 환자들의 암세포에 어떤 효과가 있는지 테스트하는 서비스도 제공하기 시작했다.

임성원 대표는 “올해 매출은 작년보다 2.5배 커질 것으로 본다”며 “우리의 기술로 암 치료의 비용을 줄이고, 효과는 높이며, 환자들의 삶의 질과 수명을 확대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