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보기만 했던 네이버에서 이야기하고 떠드는 네이버로.”
네이버가 이르면 연말에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메타버스 서비스를 내놓는다. 스포츠·예능 같은 주제별 커뮤니티에 이어 쇼핑·뉴스·부동산 등 네이버 전 서비스에 채팅·게시판·가상공간 같은 다양한 기능을 붙여 이용자들끼리 ‘대화하고 놀 수 있도록’ 판을 깐다는 계획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5일 “네이버 모든 서비스에 커뮤니티 기능을 붙일 수 있는 기술 프로그램 개발을 거의 완료했다”고 말했다.
카카오와 함께 네이버도 ‘관심사 기반 커뮤니티’를 바탕으로 한 메타버스 전략을 완성했다. 이용자가 더 자주, 더 오래 머물 공간을 마련하고 여기에 광고와 커머스를 붙여 매출을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재미있는 점은 네이버의 최수연 대표와 카카오 남궁훈 대표 등 두 회사의 신임 대표가 비슷한 서비스를 신사업 카드로 꺼내들었다는 것. IT 업계 관계자는 “신사업 성공이 절실한 네이버·카카오의 경쟁이 메타버스라는 ‘제3의 세계’에서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고 했다.
◇네이버 “모든 검색어의 커뮤니티화”
네이버의 메타버스 전략은 한마디로 ‘모든 검색어의 커뮤니티화’이다. 예컨대 네이버 검색창에 ‘날씨’를 입력할 경우, 날씨 정보뿐 아니라 현재 날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현지 정보와 사진을 공유할 수 있는 게시판 또는 채팅 창이 함께 나타나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맛집’, ‘부동산’,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같은 다양한 검색어를 커뮤니티처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회사 관계자는 “무슨 일이 나면 대부분 네이버에 들어와 검색을 한다”며 “관심사가 한꺼번에 폭발적으로 몰리기 때문에 메타버스 서비스에 가장 적절한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서는 네이버 모든 서비스에 범용적으로 쓸 수 있는 ‘커뮤니티 모듈’이 필요하다. 이 모듈은 현재 네이버의 밴드·카페 같은 커뮤니티 서비스를 총괄하는 ‘그룹앤’ CIC(사내 독립 기업)가 총괄해 개발하고 있다. 여기에 최수연 대표 직속으로 있는 메타버스 커뮤니티 TF(태스크포스)가 관련 업무를 돕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네이버는 실험 단계로 스포츠 탭에 ‘오픈톡’을 열어 그날 경기에 대해 팬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했다. 네이버 관계자는 “지난달 22일 출시해 6일 만에 1200개 오픈톡 채팅방이 생성됐으며, 최대 인원인 1000명이 입장한 방이 20개가 넘었다”고 했다. 다만 국내 이용자 위주인 네이버 포털과 이미 글로벌 3억명 이용자를 확보한 메타버스앱 제페토를 어떻게 연동해 ‘메타버스 시너지’를 낼 것인지는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카카오 “카톡 오픈채팅이 메타버스”
카카오의 메타버스 전략 핵심은 카카오톡과 오픈채팅방이다. 지난 5월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친구와 이야기를 마치면 곧바로 앱을 나가는 것이 카카오톡의 한계”라며 “가볍게 즐기는 서비스로 바꿔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5000만 이용자를 확보한 국내 최대 메신저 카카오톡을 단순 연락용 메신저가 아닌, 놀 수 있는 커뮤니티로 업그레이드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카카오는 주제별 오픈채팅방을 통해 모르는 사람들을 한데 모아 트래픽을 유발한다는 계획이다. 남궁훈 대표는 지난 6월 카카오식 메타버스인 ‘카카오 유니버스’를 공개했다. 가장 처음 선보일 서비스는 ‘오픈링크’로, 취미·장소·인물 등 공통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기반으로 한 별도 앱에 모여 소통하는 방식이다. 남궁 대표는 “시공간 제약 없이, 전 세계 어디에 있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끼리 오픈링크를 통해 연결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이용자들이 서로 콘텐츠를 만들어 이 안에서 사고팔면서 돈을 벌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가상화폐로 콘텐츠를 거래하는 가상 경제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카오는 지난달 16일 오픈채팅방에 광고를 시범 적용해 수익성 개선에 나섰다. IT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톡과 별개의 앱으로 메타버스 시장에서 제대로 정착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