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와 지정학적 위기 속에 중국이 주춤하는 사이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 투자를 잇따라 유치하며 ‘반도체 굴기’에 나서고 있다.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총 520억달러(73조원)의 보조금을 지급하고, 향후 4년간 25%의 세액 공제를 해주는 혜택을 내걸고 전 세계 반도체 업체를 유인 중이다.
작년부터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밝힌 글로벌 반도체 업체는 공개된 것만 8개에 달한다. 미국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은 지난 4일(현지 시각) 향후 20년간 최대 1000억달러(140조6000억원)를 들여 미 뉴욕 북부 클레이에 새로운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본과 대만, 싱가포르에서 생산해오던 반도체를 미국에서도 만들겠다는 것이다. 뉴욕주정부도 마이크론의 계획에 55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산자이 메로트라 마이크론 최고경영자(CEO)는 “미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법이 없었다면 이 같은 결정을 내리지 못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 최대 반도체 기업 인텔도 총 500억달러를 투자해 미 오하이오와 애리조나에 반도체 공장을 건립하기로 했다. 미국의 텍사스인스트루먼트는 300억달러를 들여 미 텍사스주에 반도체 웨이퍼 제조 공장 4개를 짓기로 하고 지난 5월 착공식을 열었다. 미국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 글로벌파운드리와 전력반도체 업체 울프스피드도 각각 10억달러, 50억달러를 투자해 뉴욕과 노스캐롤라이나에 공장을 짓는다.
삼성전자도 작년 11월 미 텍사스 테일러에 170억달러를 투자해 신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삼성전자는 또 지난 7월엔 미 텍사스주에 향후 20년간 1921억달러(269조7000억원)를 투입해 총 11개의 공장을 설립하는 계획을 제출했다. 세계 1위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의 TSMC도 120억달러를 투자해 미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겠다고 했다.
미국의 의지는 대만의 웨이퍼 업체 글로벌웨이퍼스 투자 유치 과정에서도 잘 나타난다. 글로벌웨이퍼스가 독일 투자 계획을 철회하자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이 도리스 수 글로벌웨이퍼스 CEO에게 전화해 파격적인 보조금을 약속했다. 글로벌웨이퍼스는 결국 지난 9월 50억달러를 들여 텍사스에 공장을 신축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