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의 VR 기기 신제품 메타 퀘스트 프로. /메타

얼굴 표정과 눈 움직임 추적하지만 가격이 200만원….

11일(현지시각) 메타가 새로 발표한 VR(가상현실) 기기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이렇다. 이날 메타는 온라인으로 ‘메타 커넥트 2022′ 행사를 열었다. 이번 행사는 페이스북이 메타로 이름을 바꾼지 1년만에 열린 것으로 새로운 VR 기기와 메타의 메타버스 전략을 발표하는 자리였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는 “우리는 다음 컴퓨팅 플랫폼을 여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많은 회사가 메타버스를 도입하고 있고 이는 새로운 미래가 멀지 않았다는 신호”라고 했다. 그는 “메타는 세상을 경험하는 방법을 바꾸고 있다”고도 했다.

한 사용자가 메타 퀘스트 프로를 착용하고 작업을 하는 모습. /메타

◇현실에서 웃으면 메타버스에서도 방긋

메타가 이날 공개한 새로운 VR 기기 ‘메타 퀘스트 프로’는 헤드셋을 낀 사용자의 얼굴 표정과 눈 움직임을 추적할 수 있다. 기기 내부에 5개의 센서가 있어 사용자의 얼굴 표정을 인지하고, 이를 메타버스 내 아바타에 반영한다. 현실에서 웃거나 얼굴을 찡그리면, 메타버스 내 아바타도 웃거나 찡그린다. 혀를 내미는 것은 포착하지 못한다.

퀘스트 프로는 현실 세계와 가상 세계를 섞은 혼합현실을 가능케한다. 예전 VR 기기였던 퀘스트2의 경우 VR기기를 끼면 실제 주변 환경이 흑백으로 표시됐지만, 퀘스트 프로는 컬러로 표현된다. 이를 통해 AR(증강현실)로 실제 벽 위에 가상 그림을 걸거나 실제 책상 위에 3D 도면 등을 띄워놓고 콘트롤러로 그림을 그리며 작업할 수 있다. 메타버스 속 상대방 아바타를 실제 내 방 소파로 소환해, 소파에 앉아서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화면도 만들 수 있다.

메타 퀘스트 프로는 전작보다 하드웨어적으로도 개선됐다. 렌즈 두께는 기존 제품보다 40% 줄었고, 명암비는 75% 개선됐다. 1인치 당 픽셀의 수도 기존 제품보다 37% 많다. 메타버스 내 사물이 더 사실적으로 보이는 효과를 가져왔다. 무게는 기존 제품인 퀘스트2(500g)보다 무거운 720g이지만, VR 기기를 쓰는 밴드 부분에 곡선형 배터리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무게 중심을 잡아 체감 상 더 균형이 맞는 느낌이라고 메타는 설명했다. 퀘스트 프로에는 퀄컴의 첫 VR 전용 칩인 ‘스냅드래곤 XR2 1세대’가 탑재됐다.

배터리 수명과 가격은 단점이다. 워싱턴포스트는 “퀘스트 프로 배터리는 1~2시간만 지속된다”며 “헤드셋을 충전하는 덴 2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가격은 1499달러(한국 출시 가격은 219만원)다. 기존 제품인 퀘스트2(399달러)의 3배가 넘는다.

메타 퀘스트 프로. /메타

◇메타버스 생태계 확장 안간힘

메타는 이날 행사에서 생태계 확장을 위한 다양한 협업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와의 협업이다.

메타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업무 협업 소프트웨어인 팀즈를 메타 퀘스트 프로로 접속할 수 있고, 엑셀·워드 등 마이크로소프트 365 프로그램도 VR을 통해 접속할 수 있다고 했다. 그동안 테크 업계에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업무용 메타버스, 메타는 개인 및 게임용 메타버스에 집중한다고 봤는데 메타가 이번 퀘스트 프로를 출시하며 비즈니스 메타버스를 한층 강화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생태계를 확장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티야 나델라 MS CEO는 “메타버스는 현실과 결합해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며 메타와의 협업을 환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MS와 메타 두 회사는 모두 차세대 컴퓨팅 운영체제 주도권을 놓치지 않기를 열망하고 있다”고 했다.

이날 메타는 VR용 다양한 게임도 소개했다. 마블의 아이언맨 게임이 VR로 나오고, 인기 게임인 어몽어스도 VR로 출시한다고 밝혔다. 메타는 또 기존 상반신만 구현되던 메타버스 내 아바타를 앞으로 다리까지 표현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카메라와 센서 기술 한계로 인해 사용자의 다리는 표현되지 않았지만 이를 AI(인공지능)으로 움직임을 구현하겠다는 것이다.

메타의 메타버스에 새롭게 적용되는 아바타. 없었던 다리가 생겼다. /메타

◇주가는 하락해

메타는 이날 개발 중인 신기술도 공개했다. 손목에 스마트폰 크기의 기기를 착용하면 VR 기기 콘트롤러 없이도 메타버스 내 아바타를 움직일 수 있는 기술, 스마트폰 카메라로 현실 물체를 360도로 촬영하면 해당 물체를 메타버스 내에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이 그것이다.

메타가 이날 새로운 VR 기기와 신기술을 공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메타버스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선 가성비 좋은 VR 기기가 필수적인데, 이날 메타가 공개한 것은 기존 제품보다 3배 이상 비싼 전문가용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메타 주가는 전날보다 3.92% 하락한 128.54달러로 마감했다. 2018년 12월 이후 최저치다. 워싱턴포스트는 “메타버스는 여전히 손이 닿지 않는 곳에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