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가 통신 3사와 함께 기자 간담회를 열고 ‘망 이용료 의무화’ 법안 저지에 나선 구글을 향해 “거짓 정보를 유포하거나 이용자를 볼모로 여론 왜곡을 중지하라”고 강력히 비판하고 나섰다. 최근 유튜브를 운영하는 구글이 국회 과방위에 상정된 관련 법안(총 7건) 저지를 위해 이용자들을 상대로 반대 여론 조성에 나서자, 국내 통신업계가 맞대응에 들어간 것이다.
인터넷서비스업체 ‘SK브로드밴드(SKB)’와 미국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업체 ‘넷플릭스’ 간 법정 다툼으로 촉발된 망 이용료 논쟁이 한국 통신업계 전체와 빅테크인 구글·넷플릭스 진영 간 대결 구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번 논쟁은 네이버·카카오 같은 국내 기업들이 망 이용료를 내는 반면, 국내 트래픽 발생 1·2위인 구글·넷플릭스는 아무런 비용도 부담하지 않고 있다는 역차별 논란에서 시작됐다. 넷플릭스가 망 이용료를 낼 수 없다면서 지난 2020년 SKB를 상대로 먼저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심에서 패한 뒤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망 이용료, 구글 광고 수익의 0.2% 수준”
이날 KTOA와 통신 3사는 ‘망(網) 무임승차하는 글로벌 빅테크 이대로 괜찮은가’를 주제로 간담회를 열고, 망 이용료와 관련해 잘못 알려진 내용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먼저 ‘법이 통과되면 그동안 없던 망 이용료가 생겨난다’는 주장에 대해 “구글과 넷플릭스를 제외하곤 막대한 데이터 트래픽을 유발하는 다른 국내외 업체들은 이미 자율 협상을 통해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며 “법안은 시장 자율협상으로 안 되는 ‘무임승차’ 기업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애플이나 메타, 디즈니와 같은 해외 기업도 이미 국내에서 망 이용료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요금이 오를 것’이란 주장에 대해서도 “오히려 법안은 통신 업체가 불합리하거나 차별적 조건을 내걸지 못하도록 정부가 의무적으로 실태 점검을 하도록 강제한다”고 밝혔다.
‘법안 통과 시 크리에이터(콘텐츠 창작자)에게 피해가 간다’는 주장에 대해선 “망 이용료 대상은 막대한 트래픽을 유발하는 플랫폼 기업”이라면서 “개인은 대상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들은 “망 이용료는 구글이 국내에서 얻는 광고 수익의 0.1~0.2%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데, 오히려 구글 측이 ‘법이 도입되면 사업운영 방식을 변경할 수 있다’면서 크리에이터들에게 비용을 전가하려 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가 참석해 구글이 유튜브 동영상으로 벌어들이는 광고 수익과 부담해야 하는 망 이용료를 추산한 결과도 공개했다. 유튜브에서 10년간 조회 수 45억뷰를 기록한 4분13초짜리 풀HD급(고화질) 동영상 한편을 사례로 추산한 결과, 망 이용료는 1846만원인 반면 구글이 이 동영상 한 편으로 얻은 광고 수익은 최소 73억6000만원에서 최대 110억4000만원으로 나왔다.
◇'반(反)통신’ 여론 만든 빅테크
구글·넷플릭스 등 일부 빅테크는 망 이용료 부과가 강제되면 자신들이 창작자들에게 지급하는 수익이 줄거나 결과적으로 소비자의 통신망 사용료 부담이 늘어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지난달 말 구글 유튜브의 거텀 아난드 아태지역 총괄 부사장은 자사 블로그에 글을 올려 “(망 이용료 부과는) 통신 업체들만 이익을 챙기는 것”이라며 법안 반대 서명 동참을 호소했고, 12일 현재 24만명 이상이 서명에 참여한 상태다.
또 아마존이 운영하는 게임 방송 스트리밍 서비스 트위치는 지난달 말부터 한국 내 화질을 기존 1080픽셀(화소수)에서 720픽셀로 낮추는 ‘무력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부 트위치 이용자들이 “망 이용료 때문”이라면서 국내 통신 업체들에 항의 전화를 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에 일부 네티즌들이 망 이용료 의무화법에 대해 “통신 업체들이 왜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벌게 해주느냐”라고 동조하고 나서자 잠잠하던 통신 업계도 적극 대응으로 돌아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