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국에 출시된 애플 아이폰 14 프로와 애플워치 울트라를 써 본 첫인상은 “이제야 좀 신작 같네”였다. 외형 측면에서 아이폰 12와 13 시리즈는 뒷면 ‘카메라 섬’(카메라 테두리) 크기 말고는 거의 변한 게 없을 정도로 비슷했다. 애플워치8 역시 전작(워치7)보다 화면 정도만 더 커진 수준이었다.
하지만 이번 신제품은 외형과 기능 면에서 이전 제품과는 다른 재미와 쓰임새를 갖췄다. 아이폰 14프로는 AP(두뇌 역할 반도체), 화면, 카메라, 배터리 성능이 고루 좋아졌다. ‘M자 모양 화면(노치)’도 5년 만에 자취를 감췄다. 애플워치 울트라는 역대 가장 큰 크기, 가장 밝은 화면, 다양한 아웃도어 기능을 담으며 ‘울트라’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애플로부터 아이폰14 프로와 애플워치 울트라를 일주일간 빌려 써봤다.
◇‘새 폰 쓰는 맛 나네’ 아이폰14 프로
아이폰14 프로에서 가장 눈에 띄는 기능은 ‘다이내믹 아일랜드’다. 눈에 거슬리는 알약 모양의 펀치홀(카메라 구멍)을 ‘제2의 화면’으로 활용해 중요 알림, 전화, 앱 정보를 보여준다.
써보니 무음 전환, 전화 수신, 충전 상태, 음악 재생과 같은 정보가 애니메이션과 함께 자연스럽게 나타났다. 음악 재생 시, 이 부분을 누르면 화면이 튀어나오면서 음악 상세 정보가 보인다. ‘하드웨어의 단점을 극한의 디자인 요소로 만회한다’는 느낌이다. 다만 아직 다이내믹 아일랜드를 지원하는 앱이 많지 않은 것은 아쉽다.
AOD(상시 디스플레이) 기능도 아이폰에 처음 탑재됐다. 검은 화면에 흑백으로 시계 정도만 나오는 갤럭시와 달리 애플은 배경화면 사진을 그대로 보여준다. 사진 배경화면으로 AOD를 설정해두니 한 시간에 1%가량 배터리가 닳았다. 식사나 미팅을 할 때, 상대방의 시선이 내내 켜진 아이폰 화면에 꽂히는 것은 부담이었다.
카메라는 후면 렌즈가 기존 1200만화소에서 4800만화소로 대폭 업그레이드됐다. 기존에 없던 2배 망원 줌도 추가됐다. 또 손떨림 방지 기능이 탑재돼 있어, 동영상 촬영 시 짐벌 없이도 실외 영상을 잘 찍을 수 있다.
야간 사진 품질도 개선됐다. 새롭게 추가된 AI(인공지능) 포토닉 엔진 덕이다. ‘인물 모드’에는 기존 3배 줌에 더해 2배 줌 구간이 추가됐다. 인물 사진과 카페에서 인스타그램용 감성 사진을 찍을 때 유용하다. 기존엔 3배 줌 때문에 얼굴이 화면에 꽉 차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젠 그런 걱정 없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됐다.
4800만화소 카메라가 적용됐지만, 이를 온전히 활용하려면 전문가용 수동 모드인 ‘RAW 모드’로 사진을 찍어야 한다. 일반 사진을 찍으면 기존과 동일한 1200만화소 사진 파일로 저장이 된다.
◇‘성능과 가격 모두 괴물’ 애플워치 울트라
애플워치 울트라는 이름처럼 거대하고 우락부락한 인상이다. 애플이 출시한 스마트워치 중 가장 크고 가장 비싸다(114만9000원). 가로 44㎜, 세로 49㎜, 두께 약 14㎜의 티타늄 재질 시계를 착용하면, 손목이 꽉 찬다. 손목이 가는 여성은 착용이 어려울 것 같다.
육중한 크기와 달리 시계를 차고 활동하는 데 불편함은 전혀 없었다. 기존 애플워치 대비 2배 밝아진 화면(2000니트) 덕에 가을볕 아래서도 화면이 선명하게 잘 보였다. 3개의 마이크와 별도 스피커가 탑재돼 있어 시계만으로도 또렷한 음질의 통화가 가능했다. 이틀 이상 가는 배터리 수명과 1시간 30분 정도 만에 완충되는 충전 속도도 만족스러웠다. 야외에서 조난당했을 때 사용하는 86데시벨(dB)의 우렁찬 사이렌과 긴 배터리 수명으로, 나를 지켜줄 것 같은 든든함은 덤이다.
애플워치 울트라는 철저히 아웃도어 목적으로 나온 제품이다. 극지 탐험가, 스쿠버 다이버, 육상 선수가 원할 법한 기능이 모두 담겼다. 정밀 이중 주파수 GPS(위성 위치 확인 시스템)를 기반으로 한 러닝 트레킹 기능(가을 내 출시 예정)과 수심 40m까지 잠수를 측정하는 기능도 포함됐다. 테스트를 위해 15㎏ 용량 통돌이 세탁기에 물을 가득 받아놓고 시계를 담그자, 0.3m라는 잠수 기록이 화면에 나타났다.
다만 격한 운동을 즐기지 않는 일반인이 쓰기에는 ‘오버 스펙(과도한 성능)’인 기능이 많았다. 애플이 강조한 생리 주기 추적, 충돌 감지, 수면 측정 같은 알짜 기능은 일반 모델인 애플워치 8에서도 전부 가능하다. 가격도 울트라에 비해 50만원가량 저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