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오후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서 화재가 발생하면서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됐다. 한 휴대폰에 다음 홈페이지 오류 안내가 뜨고 있다. /뉴스1

“저희가 예상하는 리스크(위험) 대응 시나리오가 있었지만, 화재는 워낙 예상을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양현서 카카오 부사장)

15일 데이터센터 화재로 카카오 서비스가 먹통이 됐던 가운데, 카카오는 16일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에 있는 서버 가운데 절반가량이 복구됐거나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양 부사장은 이날 화재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카오는 안양 등에도 데이터센터가 있지만 이곳(판교)에 서버를 약 3만2000대 정도 두면서 메인 센터로 삼았다”며 “현재 1만2000개 정도의 서버가 복구됐고, 2000~3000대는 복구 작업이 진행 중”이라고 했다.

양 부사장은 “본래 사고 발생 시 20분 내 복구가 매뉴얼이지만, 서버 손실량이 워낙에 크다”며 서비스가 완전히 복구되기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걸릴지 정확히 말하기는 어렵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서버 3만2000대가 전부 다운되는 것은 IT업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화재는 예상을 못한 시나리오였기 때문에 대비책이 부족하지 않았나 보고 있다”고 했다.

양 부사장의 이같은 발언을 놓고 온라인에서는 비판이 쏟아졌다. 포털 뉴스 사이트 댓글란에서는 “당연히 화재 발생도 재난 시나리오에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 “서버실 화재를 (재난으로) 예상 못했다면 어떤 것이 위기관리 대상이냐” 등의 반응이 나왔다. 또 “어떻게 화재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뻔뻔하게 말할 수 있느냐”, “일반 식당을 차려도 소방점검부터 받는다” 등의 댓글도 있었다.

네티즌들은 “서버 전원 공급이 중단되는 상황이 IT 기업 위기대응의 기본적인 전제”, “화재를 예상 못했다면 다른 시나리오들은 뭘 대비한건지 궁금하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10년 전인 2012년 발생했던 카카오톡 서비스 장애도 ‘재소환’됐다. 그해 4월 28일 카카오톡 서비스가 4시간동안 먹통이 됐다. 당시 카카오는 “서버에 갑작스러운 전력 계통 문제가 생겼다”고 원인을 설명했다. 카카오의 데이터센터가 한 곳에 몰려있어 제대로 된 대응이 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카카오 측은 당시 애플리케이션 공지사항을 통해 “돈 많이 벌어서 대륙별로 초절전 데이터센터를 분산 가동해 안전을 도모하겠다”고 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