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의 데이터센터 - 미 오리건주 더 댈러스에 위치한 구글 데이터센터에서 한 직원이 서버(대형 컴퓨터) 장비를 검사하고 있다. 이 센터는 구글의 이메일, 사진, 비디오, 캘린더 등 각종 서비스 관련 데이터를 저장, 처리하는 곳이다. /구글

카카오 서비스 장애의 원인이 카카오가 임차해 사용하는 데이터센터 화재와 전원 차단이었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데이터센터는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투자를 늘리는 핵심 사업 분야다. IT 업계에선 “데이터센터를 빼놓고는 어떠한 성장 사업도 이야기할 수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규모 ‘서버 호텔’ 데이터센터

최근 IT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들과 이를 활용하는 개인들은 사용자의 로그인 기록이나 데이터, 각종 결과물을 개별 컴퓨터에 저장하기보다는 인터넷을 통해 외부의 더 빠르고 성능 좋은 서버에 저장한다.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서다. 이러한 대형 서버들을 한곳에 모아 놓은 물리적 공간이 바로 데이터센터(Data Center)다.

2021년 기준 전 세계에는 1851개의 데이터센터가 있다. 특히 면적이 2만㎡ 이상으로 ‘하이퍼스케일’이라고 부르는 초대형 데이터센터는 전 세계에 659개(2021년 기준)가 있다. 보통 이러한 초대형 데이터센터 1곳에는 서버가 최소 10만대 이상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는 ‘서버 호텔’이라고 불린다.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대규모 데이터를 저장하고 처리할 수 없다. 데이터센터를 4차 산업혁명 시대 핵심 인프라로 꼽는 이유다.

데이터센터는 크게 구분해 2가지 종류가 있다. 개별 IT 업체가 사업을 운영하며 자체적으로 만든 것이 첫째다. 네이버가 춘천에 지었고, 세종시에 또 짓고 있는 데이터센터 ‘각’이 대표적이다. 이는 개별 기업이 자사 서비스와 관련된 데이터를 직접 관리한다. 다른 하나는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 대형 테크 기업이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이를 다른 IT 기업에 빌려주는 형태다. 이를 ‘클라우드 서비스’라고 한다. 직접 데이터센터를 구축하기엔 비용이 많이 들고, 관리가 복잡하기 때문에 많은 기업들이 구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 등에 돈을 내고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한다. 이번 사태의 경우 카카오가 SK C&C가 만든 데이터센터를 이용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발화 지점 - 지난 15일 경기 성남시 SK C&C 판교캠퍼스(데이터센터) 화재가 처음 발생한 지점으로 경찰이 추정하고 있는 지하 3층 전기실의 UPS(무정전 전원 장치)가 불에 탄 모습. /이기인 경기도의원

◇폭발 성장하는 데이터센터

데이터센터는 IT 산업이 발전하면서 폭발적으로 증가해왔다.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자율주행, AR·VR(증강·가상현실) 등 첨단 테크가 IT 분야에 다방면으로 적용되면서 데이터 사용량이 급증하고, 이를 저장 및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도 크게 늘어났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6년 전 세계 데이터 사용 총량은 16.1ZB(1ZB는 1조 기가바이트)였으나 2025년엔 그 10배인 163ZB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전 세계 데이터센터 시장도 폭발 성장 중이다. 2016년 2505억1000만달러(약 361조4000억원)이었던 글로벌 데이터센터 시장은 2027년 4104억2000만달러(약 592조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현재 네이버·통신 3사를 포함한 국내 기업과 에퀴닉스, 디지털리얼티 등 글로벌 데이터센터 기업들은 국내에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2000년 53개에 불과했던 국내 데이터센터는 2020년 156개로 늘었고, 2025년엔 188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의 성장은 클라우드 사업을 진행하는 구글과 아마존 등의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광고 매출이 감소하며 전체 매출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클라우드 사업은 매년 두 자릿수 성장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 2분기 아마존은 주력 사업인 전자 상거래 부문 매출이 1년 전에 비해 4% 감소했지만, 클라우드 사업은 1년 전보다 33% 증가했다.

◇온도·습도 등 까다롭게 관리해줘야

데이터센터는 서버를 비롯한 네트워크, 저장 공간인 스토리지, 메모리 반도체, 전력 공급·냉각 시설 등으로 구성된다. 수많은 데이터를 저장하고 24시간 돌아가는 서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데이터센터는 온도와 습도 등 작은 부분도 민감하게 관리한다. 대용량 서버가 밀집한 공간은 항상 섭씨 21~27도를 유지한다. 서버 성능이 최고로 발휘되는 온도다. 이 온도를 유지하기 위한 전력 소비량도 엄청나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페이스북)는 이 때문에 데이터센터를 특별한 곳에 짓는 실험을 하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18년부터 2년간 스코틀랜드 오크니섬 인근 바다에 해저 데이터센터를 만들어 시험했다.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데이터센터를 북해의 차가운 바닷속에 통째로 집어넣어 서버의 열을 자연 냉각시켰다. 데이터센터 운영에 필요한 전력은 조력과 파력 발전으로 조달했다. 메타는 2016년 바람이 많이 부는 아일랜드 클로니 지역에 데이터센터를 지었다. 찬 바람을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데이터센터는 핵심 보안 지역

사용자들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이터센터는 특급 보안 시설이다. 출입 제한이 엄격하고, 정확한 위치도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다. 테러의 위험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화재나 천재지변으로 데이터센터가 피해를 받으면 여기에 저장된 고객 데이터가 날아가, IT 업체 입장에선 사업을 영위하기 불가능해진다. 작년 3월 유럽 최대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인 OVH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했는데 당시 이 데이터센터를 이용했던 게임 개발사 페이스펀치는 게임 사용자 데이터 대부분을 잃었고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해졌다.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업체와 이를 이용하는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DR(Disaster Recovery·재해 복구) 계획을 마련한다. 지진이나 화재, 테러, 기술적 문제 등 예상치 못한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즉시 투입되는 인력 구성, 전력 공급이 끊어질 경우를 대비한 자체 비상 전력 확보 방안, 재해 복구 목표 시간, 해킹을 막는 보안 조치, 백업과 복원 절차 등이 DR에 반드시 포함된다.

재해의 상황을 가정한 비상 복구 훈련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구글의 경우 1년에 2번 이상 재해 복구 계획을 테스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리콘밸리의 네트워크 기업에 다니는 한 엔지니어는 “데이터센터를 구성할 때는 재해를 대비해 물리적으로 다른 곳의 데이터센터에 백업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구축하는 것이 기본 중의 기본”이라며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이러한 백업 데이터센터를 이중으로 구성하는 추세인데, 이번 한국의 카카오 사태는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