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 시스코 본사에서 시스코가 기능을 강화한 하이브리드 업무툴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민 특파원

지난 20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있는 시스코 본사 2층 ‘하이브리드 워크 익스피리언스 센터’. 오는 11월 고객사를 대상으로 문을 여는 이곳에선 다양한 상황별 하이브리드 업무툴 시연이 펼쳐졌다.

회의실처럼 꾸며진 공간 한쪽에 설치된 커다란 모니터엔 각기 다른 다섯 장소에서 접속한 사람들이 등장했다. 소방차 사이렌 소리가 시끄럽게 날 경우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잡음이 제거되는 기능, 한 회의실에 3명이 앉아있을 경우 카메라가 각각의 사람 얼굴을 클로즈업으로 잡아 화면에 3분할로 나타내주는 기능 등이 공개됐다.

시스코 웹엑스 홀로그램. /시스코

다른 공간에선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가 AR(증강현실) 안경인 구글글래스를 끼고 외부에 있는 다른 의사와 X-레이 사진을 공유하며 공동 진료하는 모습도 시연됐다. 한쪽 방에서는 VR(가상현실) 기기를 활용한 회의 툴인 웹엑스 홀로그램 기능도 체험할 수 있었다. VR 기기를 끼니 눈 앞에 먼 곳에 있는 한 사람이 등장했고, 3차원 홀로그램으로 된 자동차 모형 디자인과 건축 설계도가 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사무실과 집에서 번갈아 일하는 ‘하이브리드 근무’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기업들이 이러한 근무 체계에 맞춘 강화된 업무 툴 기능을 대거 쏟아내고 있다. 1년 전 쯤 나온 업무협업툴은 단순히 다양한 사람들을 한 화상회의에 모으고 연결하는 데 주력했다면, 이제는 참가자들이 불필요한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업무 진행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기능, 화상회의 내용의 유출을 막는 기능, 참가자들이 회의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드는 기능 등을 내놓고 있다. ‘하이브리드 2.0′ 시대가 열린 것이다.

20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 시스코 본사에서 지투 파텔 시스코 부회장이 기능을 강화한 하이브리드 업무툴을 소개하고 있다. /김성민 특파원

◇화상회의 오디오에 워터마크로 유출 방지

글로벌 협업툴 시장은 폭발 성장 중이다.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에 따르면 글로벌 협업툴 시장 규모는 2021년 172억달러(24조6000억원)에서 연평균 13.2% 성장해 2028년 407억달러(58조3000억원)가 될 예정이다. 업체들은 이 시장을 노리고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에서 필요한 기능을 지속 업데이트 중이다.

세계 네트워크 장비 1위 업체이자 ‘웹엑스’라는 화상회의 툴을 가진 시스코는 25일(현지시각) 온라인 행사 ‘웹엑스원 2022′를 열고 새로운 화이트보드 앱과 AI(인공지능) 기능을 강화한 비동기식 비디오 기능을 선보였다. 특히 시스코는 화상회의 오디오에 사람의 귀에는 들리지 않는 워터마크를 넣어 회의 녹음 오디오가 외부로 유출될 경우 추적할 수 있는 ‘오디오 워터마킹’ 기능을 출시했다. 지투 파텔 시스코 보안·협업 부문 부회장은 “다양한 장소와 기기로 접근할 수 있는 화상회의는 유출의 위험이 회사 안보다 높다”며 “이 기능을 통해 지적 재산을 더 잘 보호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시스코가 애플과 협업해 애플 모바일 기기로 촬영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화상회의에서 공유하는 기능. /시스코

시스코는 또 마이크로소프트, 애플과의 협업도 발표했다. 시스코의 협업툴 장비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화상회의 플랫폼인 ‘팀즈’를 바로 사용할 수 있고, 애플 아이폰과 아이패드 사용자들이 시스코의 웹엑스를 사용할 경우 모바일 기기의 전·후면 카메라로 찍은 실시간 영상을 공유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시스코는 이러한 협업을 통해 모든 사람이 쉽고 편하게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에 접근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파텔 부회장은 “전체 회의 중 1명 이상의 원격 근무자가 참여하는 비율은 98%에 달하고, 전체 기업의 85%가 2개 이상의 화상회의 플랫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미래는 멀티플랫폼 시대이며, 한번의 클릭으로 여러 플랫폼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20일(현지시각) 미 캘리포니아 산호세 시스코 본사. /김성민 특파원

◇출근일 알려주고, 놓친 회의 요약본 제공하는 MS

마이크로소프트도 지난 12일(현지시각) 연례 행사인 ‘MS 이그나이트 2022′를 열고 기능을 강화한 하이브리드 앱을 선보였다. 대표적인 것이 ‘마이크로소프트 플레이시스’다.

하이브리드 근무 체계에서 직원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점은 언제 회사로 출근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MS가 지난 3월 전 세계 31국 3만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2 워크 트렌드 인덱스’에 따르면 전체의 38%가 ‘언제, 왜 사무실로 출근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마이크소프트 플레이시스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직장 동료들이 사무실에 있거나 대면 회의에 참석하려고 하는 때가 언제인지를 알려준다. 앱에 표시된 정보를 보고 많은 동료가 회의가 가능하다고 표시된 날에 출근하면 되는 식이다.

하이브리드 근무 모습. /시스코

마이크로소프트는 또 참석하지 않은 회의의 내용을 요약해 제공하는 ‘팀즈 프리미엄 기능’도 내년 2월 출시한다고 밝혔다. 재러드 스파타로 MS 부사장은 “혹시 중요한 것을 놓칠지 모른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소외불안)로 인해 불필요한 회의에 참석하는 경우가 많다”며 “직원들에게 불필요한 회의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주겠다”고 했다.

화상회의 소프트웨어 기업 줌도 마찬가지다. 줌은 채팅에서 외부 사용자가 회의에 참여하는지 여부를 알려줘 보안이 필요한 데이터의 유출을 방지하는 기능을 선보였다. 또 실시간 화상회의 저장 기능을 도입했고, 브레인스토밍과 협업이 가능한 디지털 캔버스 역할을 하는 줌 화이트보드 기능도 적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