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카카오톡 먹통 사태를 겪으며, 많은 이들이 “데이터센터뿐 아니라, 메신저도 이중화가 필요하구나”란 생각을 했다. 카카오톡의 국내 메신저 시장 점유율(이용자 수 기준)은 약 85%로 압도적이다. 경쟁 서비스인 라인, 텔레그램은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전략으로, 집중적인 서비스 홍보에 나섰다. 본지 테크팀 기자 셋(박순찬, 이벌찬, 장형태)이 카카오톡과 라인, 텔레그램을 함께 쓰며 장단점을 분석해봤다.
◇카카오톡 “미워도, 메인은 너다”
순찬(카톡에서 해방돼 잠시 행복했던 15년 차 기자) : 메신저의 본분은 ‘모두와 연락 가능해야 한다’는 것. 카카오톡 친구는 4575명인데, 라인을 켜보니 1229명에 불과했다. 개인적으로도, 업무적으로도 가장 많은 사람들이 쓰는 카카오톡을 떠나는 것은 불가능하다. ‘네트워크 효과’를 이길 수 없다.
형태(네이버·카카오를 모두 애정하는 30대 아이폰 유저) : 아이폰을 쓰다 보니 실물 카드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매장 결제가 가능한 ‘카카오톡 내 결제(카카오페이)’ 기능은 가뭄에 단비다. 또 ‘사회인’으로서 주변 사람 생일 챙기는 데 카카오톡만큼 유용한 것도 없다. 라인과 텔레그램은 새로운 친구가 가입을 할 때마다 요란하게 ‘대화를 시작해보세요’라며 대화방을 생성한다. 카카오톡은 조용하다.
벌찬(가전 매장 구경이 취미인 ‘중국통’ IT 기자) : 라인, 텔레그램을 쓰면 쓸수록 카카오톡이 ‘대체 불가 수퍼앱’이란 사실이 체감됐다. 최대 장점은 ‘연락처’와 ‘결제’를 합쳐 놨다는 것. 카카오톡에선 친구 딸 돌잔치 축하 메시지를 보내고 축의금까지 보낼 수 있지만, 라인·텔레그램에선 불가능하다. 물론 최근 광고가 늘어 화면이 복잡해졌고 서비스 오류도 잦아진 점은 아쉽다.
◇라인 “검색·통역 기능 유용”
형태 : 역시 포털 회사(네이버)가 만들어서 그런가, 라인의 가장 편리한 기능은 ‘검색’이었다. 카카오톡은 특정 대화방 안에서만 검색이 되는데, 라인은 모든 대화방에서 해당 키워드를 찾아준다. 누구와, 언제 대화하면서 그런 얘길 했는지 기억이 안 날 때 유용하다. 다만 글로벌 서비스이다 보니, 아무래도 ‘한국 감성’보다는 ‘글로벌 감성’이 많이 느껴진다. 이 때문에 많은 이용자들이 적응 못 하고 다시 카톡으로 돌아가지 않았을까.
벌찬 : 외국인과의 대화를 고려한 ‘통역 기능’은 다른 앱과의 차별점이다. 메인 화면 ‘서비스’ 항목에서 영어·중국어·일본어 통역 계정을 추가한 다음 대화방에 초대하면 실시간으로 상대방의 말을 번역해준다. 중국어 통역 계정은 번자체·간자체로도 나뉘어 있다. 하지만 부가 서비스가 빈약해 카카오톡에 길들여진 한국인을 만족시키긴 어려워 보인다.
순찬 : 브라운, 코니 같은 친숙한 ‘라인프렌즈’ 캐릭터 이모티콘을 쓸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었다. 카카오톡이 먹통된 이후, 라인이 일주일간 무료로 인기 이모티콘을 뿌렸던 이유가 다 있다. 나를 닮은 아바타를 만드는 기능도 독특하다. 다만 아무래도 어색하고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텔레그램 “비밀스러움이 장점이자 단점”
벌찬 : 불특정 다수와 정보를 공유할 때 쓰기 좋은 메신저다. 카카오톡의 단톡방 최대 수용 인원은 1500명이지만, 텔레그램의 그룹은 20만명 수용이 가능하다. 투자 정보방, 정치 정보 공유방이 주로 텔레그램에 둥지를 튼다. 사진·영상 등을 2GB(기가바이트)까지 올릴 수 있어, ‘비공개 채널’을 개설하면 개인용 클라우드처럼 쓸 수 있다.
순찬 : 상대방 스마트폰에서까지 대화 내용을 마음대로 지울 수 있고, 수개월 내 접속 안 하면 계정까지 탈퇴시켜 버리고, 누가 몇 분 전에 접속했는지까지 세세하게 알 수 있는 강력한 기능. 텔레그램 가입 알림이 뜨자, 누군가 “너도 이제 건너왔구나”라고 인사를 건넨다. 어딘가 어두운 느낌이 든다.
형태 : 국회 보좌진이나 가상화폐 업계 관계자들과 연락할 때 텔레그램을 자주 썼다. 비밀 대화 기능에선 대화방 캡처가 아예 차단되거나(안드로이드), 상대방에게 알림이 간다(아이폰). 이런 비밀스러움이 단점이기도 하다. 텔레그램을 쓰면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아니냐”는 인상을 준다. 작년 ‘N번방 사태’를 겪으며, 음란물 공유 이미지까지 씌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