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카카오톡 천하’지만, 미국에서는 다양한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 앱토피아에 따르면, 2021년 기준 미국의 메신저 시장 1위(이용량 기준)는 ‘페이스북 메신저’(점유율 64.4%)다. 이어 스냅챗과 와츠앱(각 13.6%), 위챗(5%), 디스코드와 텔레그램(각 1.5%) 순이다.
한국에선 카카오톡이 2010년 서비스 출시 이후 네이버 라인, 다음 마이피플, SK커뮤니케이션즈의 네이트온 등의 추격을 제치고 10년 넘게 시장의 85%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이용자 수가 아닌 이용량으로 따지면 점유율이 97%나 된다.
미국에서 특정 앱이 시장을 완전히 잠식하지 못한 것은 이용자들이 용도에 따라 다양한 앱을 쓰기 때문이다. 미국 뉴욕의 직장인 잭 체임버스(32)는 “미국 일터에선 슬랙·스카이프를 쓰고 일상에선 와츠앱을 쓴다”면서 “회사와 일상에서 전부 같은 앱을 쓰는 것은 위험한 관행(dangerous practice)”이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의 1020 세대는 친구끼리 소통할 때 페이스북 메신저를 즐겨 쓴다. 인스타그램·페이스북과 연동돼 있고, ‘활동 중’과 같이 상대방의 상태를 즉각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음성 소통 기반 메신저인 디스코드는 게임할 때 즐겨 쓰고, 중국 텐센트가 만든 메신저인 위챗은 중국계 미국인과 중화권 비즈니스와 연관된 사람들이 주로 이용한다. 2014년 메타에 인수된 와츠앱은 채팅·음성통화·영상통화 등 충실한 기본 기능으로 미국에서 일상 소통 앱으로 자리 잡았다.
미국 스마트폰 이용자 절반을 차지하는 아이폰 이용자들은 기본 문자 앱인 ‘아이메시지’를 선호한다. 미국의 10대 사이에서는 “녹색 말풍선을 쓰는 남자(green texter·안드로이드폰 사용자)와는 데이트하지 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메시지 충성도가 높다.
이런 현상에 대해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은 1980년대에 시작된 휴대폰 문자 메시지가 여전히 표준 채팅 방식으로 남아 있는 이상한 국가”라면서 “중국에선 위챗이, 일본에선 라인이 선풍적 인기를 누리고 있을 때 미국에선 매년 1조개(2020년 기준)의 문자메시지가 여전히 전송된다”고 했다. 문자 메시지는 휴대폰 번호만 알면 누구에게나 보낼 수 있고, 이용 방법이 단순하다는 장점이 있다.